’너목들’ 초능력 소년이 되고싶은 법관

’너목들’ 초능력 소년이 되고싶은 법관

입력 2013-07-17 00:00
업데이트 2013-07-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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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 “진실의 소리 재판부에 잘 전달되길”

방청석에 앉은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 국선전담 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이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여고생을 변호하며 자꾸 소년을 쳐다본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수하는 판사의 속마음에 따라 혜성에게 ‘오케이’ 사인을 하며 변론 방향을 유도한다. 여고생은 결국 공소가 취소돼 누명을 벗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법정 판타지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한 장면이다. 현직 부장판사가 이처럼 사건 당사자의 마음을 알아채고 싶다는 글을 써 화제를 낳고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경환(47·사법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홈페이지에서 드라마 같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서 부장판사는 “1996년 초임 법관 시절 인기 그룹 ‘듀스’의 멤버 김성재씨 살인사건이 기억에 남는다”며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펄쩍 뛰었다. 갑갑한 마음에 ‘혹시 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서 부장판사가 속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고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서 부장판사는 “수많은 재판에서 승패는 ‘누가 진실한가’보다 ‘누가 진실하다고 증명을 잘 했는가’로 결정된다”며 “판사나 배심원은 초능력을 가진 수하가 아니라 운동 경기 심판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묘사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법절차에 어두운 사람이 증명에 서툴러서 불리한 재판 결과를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아무쪼록 드라마처럼 진실의 목소리가 재판부에 잘 전달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서 부장판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억울한 당사자가 없는 판결을 위해 많은 판사들이 밤잠을 설치면서 애쓰고 있다”며 “나도 가끔은 그런 고민이 너무 고통스러워 드라마 속 초능력 소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재판장으로 한화그룹 임직원 횡령·배임 사건을 맡아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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