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北선원, 南해경 가까이 가자 ‘와락’ 껴안아

표류 北선원, 南해경 가까이 가자 ‘와락’ 껴안아

입력 2014-04-04 00:00
업데이트 2014-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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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높이 얼음장 파도에 떠밀려가는 北 선원 구조

차가운 바다 위에서 4시간여 표류 중이던 북한 선원이 구조하러 헬기에서 내려온 해경 대원을 와락 껴안는 긴박한 구조순간이 영상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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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구조현장
긴박한 구조현장 4일 오전 1시 19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남동쪽 34마일(63㎞) 해상에서 북한 선원 16명이 승선한 4천t급 몽골 국적 화물선이 침몰해 해경이 헬기로 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여수해경 제공


4일 오후 1시 19분께 여수 거문도 남쪽 74㎞(40마일)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몽골 선적 4천300t급 화물선 ‘그랜드 포춘’호가 구조신호를 보냈다.

조난신호를 받은 여수 해상교통안전센터(VTS)는 통신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아 조난 선박과 2.4㎞(1.5마일) 떨어진 곳에서 항해하던 상선에 선박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몽골 선적 화물선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수·제주·통영·부산해경은 경비정 13척, 항공기 6대, 다른 선박 5척을 투입해 수색·구조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그러나 기상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해상에는 초속 15~18m의 북서풍이 불고 파고는 3~3.5m로 높아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집채만한 파도 속에서 실종된 화물선과 선원들을 찾기에 나선 지 4시간여 만인 오전 5시께 해경 항공기에서 쏘아 올린 조명탄에 반사된 빛이 파도 사이에서 반짝였다.

해경 헬기가 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곧장 날아가 서치라이트를 비추자 야광표식이 붙은 부력복을 입은 선원이 표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면 위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표류하던 선원은 파도가 한 번씩 칠 때마다 공중으로 떠올라 수십m씩 떠밀려갔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바닷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해경 대원이 밧줄에 의지한 채 바다로 뛰어내렸다.

몰아치는 파도를 헤치고 표류선원에게 접근하자 미동도 없던 선원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근접한 해경 대원을 와락 껴안았다.

표류 선원에게 밧줄을 매어 가까스로 끌어올렸으나 파도에 탈진하고, 저체온증상을 보인 이 선원은 헬기 안에서 힘없이 쓰러져졌다.

당시 몽골 선적으로만 알고 있던 해경 대원은 이 선원이 북한동포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

저체온증상으로 말을 못해 같은 동양사람인 줄로만 생각했다고 해경 측은 전했다.

이어 5시 55분께 주변 바다에서 빨간색의 구명벌(보트형 구조장비)에 타고 있던 선원을, 7시 12분 다른 상선에 머물러 있던 선원을 함정으로 각각 구조했다. 구조된 이들은 기관장, 부기관장, 전기 관리 선원이었다.

제주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들은 거센 파도에 배가 갑자기 기울더니 밖에 나와보니 기울어져 침몰할 것 같아 구명장비를 챙겨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해경은 북한선원 3명을 구조하고, 시신 2구를 인양했다.

북한 선원 16명은 몽골 선적 4천t급 화물선에 철광석과 구리 파우더 6천500t을 싣고 북한 청진항을 출발해 중국 양저우(揚州)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침몰한 곳은 우리 쪽 영해에서 43㎞(27마일) 떨어진 공해상으로 동해 쪽 북한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는 데 자주 이용하는 항로라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높은 파도와 강풍 탓에 화물선에 실린 짐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조사와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몽골 선적의 화물선에 선장을 비롯한 선원 16명 모두 북한 선원이 탑승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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