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의혹들] 청해진해운·운항관리실 한지붕 공생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의혹들] 청해진해운·운항관리실 한지붕 공생

입력 2014-04-29 00:00
업데이트 2014-04-2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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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감독… 나홀로 검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는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선사,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 해경 지부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익단체와 관리·감독기관이 붙어 있어 유착 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상당한 구조다. 실제로 이들 간에 ‘봐주기’ 커넥션이 형성되고 금품이 오고 간 정황이 검찰 수사 등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안부두항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해경 지부는 직원이 단 한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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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3층에 위치한 해운조합 인천지부를 찾은 검찰관계자가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3층에 위치한 해운조합 인천지부를 찾은 검찰관계자가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선박 운항 및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운항관리실은 9개 선사와 함께 터미널 2층에 있었다. 운항관리실이 204호이고 청해진해운은 209호다. 해운조합 인천지부는 바로 위층에 있다. 운항관리실은 평소 선사들이 화물을 과적해도 적당히 검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의 경우 화물 적정량 선적 여부를 판단하는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가 6m임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망원경으로 파악해 왔다. 또 선사가 지난해 선박 운항규정을 멋대로 바꿔 화물 선적 최대치를 2배 이상 높였는데도 승인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인천 여객선사 대표들로 구성된 인선회는 운항관리자 등을 데리고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을 회원사로 둔 해운조합 소속의 운항관리실이 선사 관리를 맡은 것도 원초적인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사와 해운조합이 ‘공생’ 관계라면 해경은 공생을 지켜보는 방관자처럼 비친다. 해경은 선사와 해운조합 등을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지만 여객터미널 지부에 근무하는 직원은 한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승객 검문 기능만 맡고 있다. 지부의 정식 명칭도 ‘검문소’다. 이런 구조에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기대한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검문소장이자 직원인 해양경찰관(경위)은 “오전 7시쯤 출근해 여객선 출항이 마무리되는 오후 1∼2시가 되면 퇴근한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월 25일 세월호 특별점검 당시 선사 측에 내린 시정명령에 대한 조치 사항마저 해운조합을 통해 전달받았다. 그것도 아주 형식적인 조치였지만 해경은 재점검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해운조합의 로비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해운조합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서 간부들에게 명절 때마다 금품과 선물을 살포하며 조직적으로 관리해 온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연안여객터미널은 1995년 10월 해수부 예산으로 연면적 6482㎡, 3층 건물로 지어졌다. 관리센터 관계자는 “업무 편의를 위해 선사와 관련 기관을 함께 입주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업무 편의도 중요하지만 업체와 관리단체, 감독기관이 한곳에 밀집돼 있으면 유착되기 쉽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4-04-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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