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과일 선물’ 지레 기피로 특수 놓칠까 ‘노심초사’
일찍 찾아온 추석으로 올해 과일가격의 양극화가 뚜렷해졌다.일시적 수요가 몰리는 제수용 과일 가격은 상승했지만, 일반 과일은 유례없이 작황이 좋았던 데다 출하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히려 작년보다 급락하면서 과수농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오리’ 사과의 경우 지난해 이맘때 15kg당 6만3천원선에서 거래되던 도매가격이 올해에는 4만8천원으로 24%가량 뚝 떨어졌고, ‘원황’ 배 역시 4만원에서 3만3천원대로 17.5% 하락했다.
백도(4.5kg기준)는 작년 2만5천원에서 1만6천원대 36%나 내렸고, 캠벨얼리(5kg기준)는 2만1천원에서 1만7천원으로 19% 떨어졌다.
이른 추석 때문에 과일 출하량이 부족,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반면 주로 제사상에 올라가는 품목인 ‘후지’ 사과와 ‘신고’ 배의 값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후지(15kg기준)는 지난해 8월 평균 6만9천원에서 올해 9만1천원으로 32%가량 껑충 뛰었고, 신고(15kg기준)는 4만8천원에서 8만1천원대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렇게 과일 가격이 품종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수확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사상에 주로 올라가는 후지 사과와 신고 배는 통상 9월 중·하순∼10월 초사이에 출하가 시작되는데, 이른 추석 탓에 출하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고, 자연히 가격도 급등했다.
청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신고 배와 후지 사과는 이제 막 출하되기 시작했고 입하량도 들쭉날쭉해 시세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오는 28일께 대형마트들의 대량 구매가 시작돼야 가격이 형성될텐데 작년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반 과일류는 올해 태풍 등 기상재해가 거의 없었고, 3∼4월 고온이 지속되면서 개화·숙성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작황이 좋았던데다 최근 수확 물량이 한꺼번에 출하되면서 오히려 값이 떨어졌다.
수확기를 코앞에 두고 최근 집중적으로 내린 비가 과일의 당도를 떨어뜨려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민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른 ‘제수용’만 보고 가격이 비쌀 것으로 지레짐작, 추석 선물로 과일을 기피하면서 추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8년째 충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상수(49)씨는 “햇빛을 흡수하도록 반사판을 덧대고 성장촉진제를 주입하는 등 대부분 농가에서 이른 추석에 대비했다”며 “일부 품종만 귀할뿐 선물용 과일 공급 물량은 넉넉한데 소비자들이 비쌀 것으로 여겨 구매를 꺼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선물용 과일가격은 전년 대비 20∼30% 가량 떨어졌다”며 “차례상에 올라가는 일부 품종이 비싸진 탓에 풍작으로 물량이 넘치는 선물용 과일이 된서리를 맞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