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입학 정책에 ‘유치원 지원취소 대란’

주먹구구 입학 정책에 ‘유치원 지원취소 대란’

입력 2014-12-04 00:00
수정 2014-12-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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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 하루 앞두고 “중복지원시 입학취소” 공문

“학부모, 유치원 모두가 피해를 보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요?”

서울 지역 유치원들의 2015학년도 원아모집 추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3일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에 중복지원한 사실이 적발되면 입학을 취소시킨다는 공문을 내려보내자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달려가 입학지원을 부랴부랴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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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뽑힐까?’
’누가 뽑힐까?’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유치원에서 열린 2015학년도 유치원 신입생 추첨식에서 참가자들이 바닥에 앉아 추첨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학년도 유치원 원아모집 추첨을 하루 앞둔 3일 중복지원이 적발될 경우 입학을 취소시킨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교육지원청 및 시내 유치원에 발송했다.
연합뉴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각 교육지원청 및 시내 유치원에 ‘2015학년도 원아모집에서 중복지원이나 중복등록한 유아는 모든 유치원에서 합격이 취소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앞서 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은 가군(4일), 나군(5일), 다군(10일)으로, 공립유치원은 가군(10일)과 나군(12일)으로 나누고 나서 추첨일당 한 곳씩 총 네 차례만 지원하게 하는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발표했다.

또 지원자 명단을 이달 15일까지 모두 교육청에 제출하라고 유치원에 지시했다.

이같은 교육청의 ‘엄포’에 같은 군내 여러 유치원에 중복지원한 학부모들은 잇따라 입학지원을 취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치원 관계자는 “이미 몇 분이 지원을 취소했고, 내일 추첨 전까지 취소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온종일 문의전화가 이어져 업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중복지원은 가능하고 실질적으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중복등록만 안 된다고 안내했는데, 혼란을 느낀 학부모들이 계속 교육청에 문의하니까 공문을 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치원 관계자는 “아침부터 어머님들께 문자를 100통 넘게 보내고 있는데, 취소를 받지는 않고 추첨에 불참하면 자동으로 취소 처리할 방침”이라면서 “학부모들 입장에선 눈치작전도 쓰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상황이 절박하니 중복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집 근처 유치원들이 한 군에 몰려 배치되는 바람에 최악의 경우 한 곳에만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여기는 가군에 해당하는 유치원만 세 곳”이라면서 “나군은 통학차를 운행하지 않고, 다군은 아예 없는데 이 동네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지 말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실제 송파구 가락동은 동네 유치원 다섯 곳 중 네 곳이 나군에 속해 5일 추첨을 하는데 이들 유치원은 모두 서로 반경 800m 이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탈락하면 추가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크다.

내년에 다섯 살이 되는 딸을 키우는 주부 이모(33·여)씨는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하려면 사전에 공지해야지, 접수가 다 끝난 뒤에야 중복지원을 하면 몽땅 불합격시킨다는 공문을 내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접수할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안 했는데 어떻게 유치원이 맘대로 서울시교육청에 내 개인정보를 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학부모도 있었다.

역시 내년도에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는 주부 김모(35·여)씨는 “부모가 자기 아이를 맡길 만한 유치원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 될 것을 애초 억지로 제한하려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안 그래도 힘든 육아를 국가가 도와주기는커녕 더 어렵게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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