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우리 쌀이라더니’ 전주 막걸리업체의 배신

‘100% 우리 쌀이라더니’ 전주 막걸리업체의 배신

입력 2015-09-04 14:54
수정 2015-09-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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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지원까지 받아 가짜 국산막걸리 218만병 유통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네요.”

전북 전주시의 대표적인 탁주 제조업체가 수입쌀을 쓰고도 국내산으로 허위표시한 사실이 밝혀지자 한 막걸릿집 주인이 업체에 대한 배신감을 이렇게 토로했다.

전주 막걸리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 탁주 제조업체의 만행으로 ‘전주 막걸리’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게 됐다.

전주지검은 4일 막걸리 원료의 원산지를 허위표시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주 모 주조회사와 이모(42)씨 등 회사 관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사는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격이 싼 중국산 쌀 또는 미국·호주산이 혼합된 밀가루로 막걸리를 제조하고는 ‘국내산 100%’라고 허위표시해 막걸리 218만병(시가 19억 5천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이 업체는 국산 막걸리만을 팔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싸구려 수입쌀을 써 향토 막걸리에 대한 신뢰성에 먹칠했다.

전주시는 검찰의 기소 이후 업체가 저지른 범행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했으나 시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전주 막걸리’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주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주 모주 지원사업, 막걸릿집 시설 개선 등 막걸리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 43억원을 투입했다.

이 업체도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장을 신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6년 전주시가 ‘전주 국선생 막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명성이 널리 퍼져 전주의 독특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시 서신동과 삼천동에는 막걸릿집이 모여들면서 전주의 대표적 막걸리 골목이 형성됐다. 콩 막걸리를 개발하고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만드는 등 품질개선에도 나섰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행정기관은 이에 발맞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주 막걸릿집 주인들은 “전주 막걸리가 흥행몰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업체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전주시 서신동 Y 막걸릿집 주인 최모(50·여)씨는 “국산 막걸리를 대량공급하는 업체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업체 대표는 우롱당한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며 당장 공급업체를 바꾸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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