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장·저성과자 해고…올해 임단협 ‘가시밭길’ 예고

정년 60세 연장·저성과자 해고…올해 임단협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6-03-21 09:11
업데이트 2016-03-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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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대졸 초임 조정’ 놓고 노사 대립 격화할듯정부는 ‘노동개혁 현장 확산’ 주력…“서두르지 말고 타협 끌어내야”

정년 60세가 시행된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올해 임단협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것이 노사 공통의 견해다. 경영계는 국내외 악재로 임금 동결과 임금체계 개편을 원한다. 노동계는 노동여건 악화와 고용안정 침해에는 가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임단협을 ‘노동개혁 확산’의 계기로 삼겠다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임금 동결하고 초임 깎자” vs “노동자 생계난 극심”

무엇보다 올해 임단협의 최대 관건은 임금인상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요구하는 임금 수준의 격차가 매우 커 협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해 1.6%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는 아예 임금을 동결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정년 60세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많이 늘어난 데다, 국내외 경영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정급 기준 초임이 3천600만원 이상인 대졸 신입사원은 초임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안까지 내놓았다. 지나치게 높은 대졸 초임을 깎아 이를 신규채용 확대의 재원으로 삼자는 얘기다.

김동욱 경총 기획본부장은 “대기업 신입사원 초임이 너무 높아 중소기업은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학력 인플레와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임금을 동결하고 대졸 초임마저 깎아버리면 갈수록 올라가는 생계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냐는 얘기다. 임금피크제로 중장년 임금을 삭감한데 이어 젊은층 임금까지 낮추면 정부가 말하는 근로자 소득기반 확충은 요원해진다고 지적한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신혼부부들이 구해야 할 전셋값이 2억원, 3억원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신입사원 연봉을 깎으면 어떡하느냐”며 “주거비, 생필품 물가, 학원비 등이 모두 올라 월급으로 생활비 대기마저 힘든데 임금 동결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노총은 올해 7.9%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지난해(7.8%)보다도 올라간 수치다. 민주노총은 월 정액급여 기준 인상 하한선을 23만7천원으로 제시했다. 경영계와의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정부 “임단협에 양대 지침 반영”…노동계와 갈등 예고

정부도 올해 임단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가 야당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동개혁부터 실천하겠다는 얘기다.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임단협에 반영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운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 해고를 뜻한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은 그 주된 내용과 정신이 올해 대기업 임단협에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라며 “양대 지침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녹아들도록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야 신규채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고용부 조사 결과 올해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7.2%에 그친다. 1인 이상 사업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도입률은 고작 12.1%에 불과하다.

경영계는 양대 지침의 임단협 반영이 쉽지 않다고 본다. 노사정 대타협의 파탄 원인이 될 정도로 노동계의 반대가 심한 두 지침을 임단협에 섣불리 반영하려고 하다가는 자칫 협상 자체가 파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의 79.7%가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나이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며 직무·성과급의 도입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한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저성과자 해고가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에서 자의적인 해고에 나서고 있다”며 “노사가 함께 평가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공정성 확보가 우선되지 않는 한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대 지침 확산을 너무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평가시스템 마련 등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며 “노동계도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라는 대원칙을 부정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그 도입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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