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도 ‘속죄’ 못한 ‘물고문’ 친모

죽음으로도 ‘속죄’ 못한 ‘물고문’ 친모

입력 2016-03-21 15:36
업데이트 2016-03-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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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식구도 시신 인수 꺼려…무연고자 화장 절차 밟을 수도

5년 전 4살배기 딸 안모양을 ‘물고문’해 숨지게 한 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모 한모(36)씨의 시신은 아무도 찾지 않는 영안실에 5일째 안치돼 있다.

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죄 씻김’을 하려 했겠지만, 그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씨의 가족도 한씨의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한씨를 부검했다. 부검 결과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사라는 소견이 나와 타살 정황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한씨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기로 했다.

애초 한씨의 친정 식구들은 경찰에 시신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장례식장에는 숨진지 닷새가 되는 이날까지 전화조차 한 통 없다.

한씨는 친정 식구로 어머니와 언니 등이 있으며 숨진 안양의 오빠인 초등생 아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이 끝내 시신 인도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면 행정기관이 ‘무연고자’로 판단해 대신 화장해 처리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연락을 기다릴 예정”이라며 “사건이 워낙 사회적인 공분을 얻고 있어 유족이 쉽게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맞아서도 기구한 처지에 놓인 것은 한씨의 가혹행위로 숨진 딸 안양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죽임을 당한 딸 안양은 5년이 지나도록 야산에 묻혀 시신조차 수습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부터 계부 안(38)씨의 진술을 토대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 일대에서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21일까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은 “딸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죽임당해 차가운 지하에서 5년째 묻혀있다”며 “천륜을 저버린 엄마가 죽어서도 죄를 다 씻지 못하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한씨는 2011년 12월 당시 4살 난 딸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욕조에 가둬놓고 가혹 행위를 해 숨지게 했다.

한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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