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행산업 매출 연간 20조원…결국 서민 호주머니서 나왔다

국내 사행산업 매출 연간 20조원…결국 서민 호주머니서 나왔다

입력 2016-09-08 07:39
업데이트 2016-09-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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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참여자 두 명 중 한 명,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서민

“법으로 근절 어렵다면 관리·감독 강화해 사회적 비용 줄여야”

사행산업 용어 중에 환급률이란 단어가 있다. 사행산업에 참여한 사람의 지출액과 수입액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카지노에서 도박에 참여한 어떤 사람의 누적 총 배팅액이 100만원인데 운영업체로 받은 누적 총 당첨금이 80만원이라면 환급률은 80%다.

환급률 80%는 바꿔 말하면 손님 손실률 20%다.

손님 손실액은 곧 사행산업 매출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사행산업 중 환급률은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강원랜드)가 80∼81%로 가장 높고, 복권이 50∼51%로 가장 낮다.

강원랜드는 테이블게임과 머신게임의 전체 환급률이다.

머신게임은 일반적으로 환급률보다는 배당률로 말한다.

강원랜드 머신게임 배당률은 92.81%다.

쉽게 말해 손님이 배팅액 1만원짜리 머신게임에 1만원을 넣고 게임 버튼을 한번 눌렀을 경우 게임기에 9천281원이 남고 719원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 번 더 게임 버튼을 누르면 9천281원 중 92.81%인 약 8천613원만 게임기에 남는다.

잃은 돈은 1천387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게임 버튼을 계속 누르면 게임기에 남은 돈은 ‘제로’(zero)가 된다.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다.

그래도 강원랜드 카지노는 연일 북새통이다.

머신게임 마케팅 핵심이 다수의 손실액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몰방’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잭폿’(jackpot)이다.

로또 1등 당첨금은 수십억원, 1회 평균 판매액은 540억원에 달한다.

1인당 1만원씩 구매한다고 하면 540만 명이 매주 로또를 사는 금액이다.

그러나 1등 당첨 확률은 길 가다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은 814만5천60분의 1이다.

그런데도 일명 ‘로또 명당’은 장사진이다.

국내 사행산업 전체 매출액(외국인 전용 카지노 포함)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 이후 9년 연속 늘고 있다.

문제는 사행산업 이용자 상당수가 서민이라는 사실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펴낸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를 보면 2015년 도박 참여자 두 명 중 한 명이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이다.

연령대도 30∼39세 39.9%, 20∼29세 30.4% 등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20∼30대 비중이 높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안상일 홍보사업과장은 “저소득층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다’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하지만 저소득층은 고소득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손실에도 재기불능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도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화상경마장 등 전국 곡곡에서 사행산업 유치 움직임은 끊이질 않는다.

지역개발, 세수확대, 고용창출 등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원랜드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개장 이후 약 10조7천억원을 국가와 지역에 기여했다고 최근 밝혔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의 약 66%다.

국세 약 4조원, 지방세 약 1조6천억원, 지역투자 약 2조3천억원 등이다.

경마, 경륜·경정, 복권 등도 축산발전기금, 체육진흥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청소년 육성기금,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국민체육기금 등을 낸다.

내년 복권 발행 규모도 올해보다 늘어난다.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 방은근 대표는 “국가 책무인 축산 발전, 체육문화예술진흥, 일자리 창출 등을 국민 그것도 서민 호주머니 돈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특히 이는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 의무와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복권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합법적 사행산업이고 수익금은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해 쓰인다”며 “발행을 늘리는 것은 자연적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고, 복권 구매자 분포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고르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이 만연하고 국경도 허물어진 현실에서 합법적 사행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 카지노·웹보드게임·릴 게임, 사설 스포츠 토토, 하우스 도박, 불법 사행성 게임장 등 국내 불법 도박 규모는 약 75조원으로 추정된다.

도박을 반대하는 시민 모임 강신성 사무총장은 “법으로 도박을 근절할 수 없다면 기존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해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행산업은 세수확대에 가장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에 관리·감독 강화가 세수감소로 이어지겠지만, 세수증가 효과보다 관리·감독 소홀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도박범죄의 사회적 비용 추계 연구 보고서’를 보면 도박 중독으로 말미암은 생산성 감소, 정신적 피해 등 사회적 비용이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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