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헌재로 온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7전 8기’ 될까

또 헌재로 온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7전 8기’ 될까

입력 2016-10-18 09:27
업데이트 2016-10-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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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첫 제기 후 8번째…작년엔 5대4 ‘가까스로 합헌’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의무적으로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둘러싼 8번째 헌법소원 사건이 제기돼 최종 결과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18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미한인 2세 청년인 크리스토퍼 멀베이 주니어는 이달 13일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의무적으로 국적을 선택하도록 규정한 한국 국적법 12조 2항이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미한인 2세다.

현행 국적법상 어떤 사람이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 중 남성의 경우 18세가 돼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부터 3개월간은 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8세가 될 때까지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등 해외에서 출생한 남성이 제때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하면 38세까지 복수국적자로 남을 수밖에 없어 해당 국가의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되거나 군 복무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헌소 청구인 측도 “한국 거주 의향이 없고 병역기피 목적도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 국적 이탈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선 요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법령이 개정되거나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른바 ‘유승준 사건’처럼 복수국적자가 국적 선택을 미루고 한국인으로서 각종 혜택을 누리다가 뒤늦게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국적 이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7차례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모두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위헌 의견을 제시하는 재판관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예단은 힘들다.

첫 사건은 2005년 8월 제기됐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은 “복수국적 제도를 이용해 병역 의무를 면탈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며 전원 합헌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네 차례 더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각하되거나 당사자의 소 취하로 마무리됐다.

2013년 11월과 2014년 9월 제기된 사건에서도 헌재는 “복수국적을 병역 의무 면탈 수단으로 이용할 위험이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등 4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면서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국적 이탈을 허용하거나, 국적을 이탈한 복수국적자의 입국이나 체류·취업자격을 제한하는 대체 방안이 있음에도 허용된 기간 외에는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배”라고 했다.

합헌 결정을 낸 다른 재판관들도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 침해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여러 대체 방안이 있는데도 국적 선택을 3개월 안에 강제하고, 위반한 경우 무조건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소원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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