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일대서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집회…한쪽에선 불법체류자 추방 촉구하기도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EPS)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청계천 건너 맞은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선 ‘난민대책국민행동’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행진을 예고하면서 충돌이 예상됐지만 두 집회 참가자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이주노동자 권리 ‘존종’하라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금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한 참가자가 “이주노동자 권리를 ‘존종’(존중)하라”는 서툰 한국어로 쓴 피켓을 들었다.
고용허가제를 적용받은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원칙적으로 내국인과 똑같은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하에선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면서 “사업주가 부당한 근로지시를 내려도 저항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금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실시”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 외에도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국적 이주노동자 모임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온 스웨이나씨는 이날 악덕 고용주들의 성 착취 실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고용주가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몸을 만지고 음란한 요구를 한다”면서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행하거나 사업장에서 쫓아내는 등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로지 자신의 노동으로 고국에 있는 아이와 부모를 챙기기 위해 낯선 땅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100만명이 넘지만 이들에 대한 제도는 모두 절대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면서 “최근 이주노동자 수습제도를 통해 이들에게 최저임금도 차등지급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로부터 시작된 임금 삭감은 곧 정주노동자들에게로 향할 것”이라면서 “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체류자 추방하라”
14일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서울 중구 동아일보사옥 앞에서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라”면서 맞은편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금지 집회에 대한 맞불 집회를 열었다.
14일 난민대책국민행동 관계자들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청와대 행진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집회 참가자들에게 “불법체류자는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두 집회 참가자 사이의 충돌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충돌은 없었다.
글·사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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