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근로제, 근무시간·방식 ‘자율’… 출장·회의 참석 지시는 가능

재량근로제, 근무시간·방식 ‘자율’… 출장·회의 참석 지시는 가능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19-07-31 22:44
수정 2019-08-0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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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재량근로제 활용 지침서 발표

연구·개발·신문·방송·디자인 등 14개 한정
노동계 “정부, 장시간·공짜 노동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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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와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도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에 포함한 데 이어 31일 재량근로제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서를 내놨다. 일본 수출 규제 속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이런 행보가 장시간·공짜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재량근로제는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유연근로제의 일종이다. 전문적이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이나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을 때 활용한다. 대상 업무는 연구·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신문·방송·출판에서 취재·편집, 광고·의복 등 디자인, 방송 제작 등 14개로 한정했다. 필요성이 인정되면 별도로 고용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고용부의 지침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할 수 있는 ‘지시의 범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침서에 따르면 재량근로제가 적용되면 근로자에게 업무의 기본적인 내용(목표, 내용, 기한 등)과 근무 장소에 관한 것은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 수행 방법이나 시간 배분 등에 대해서는 근로자에게 맡겨야 한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면 근로자의 실제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초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근로자에게 근무시간이나 방식에 대해 상당한 재량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어떠한 업무 지시도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예컨대 업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출장이나 외부 행사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된다. 다만 근로자의 재량권을 방해할 정도로 빈번하게 회의 참석을 요구하거나 업무 기한을 지나치게 짧게 주는 등 과도한 일 처리 요구는 할 수 없다. 노동시간 배분에서는 1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근무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일반 근로자처럼 엄격한 출퇴근 시간을 적용하면 안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기준 국내 5인 이상 사업체 2436곳 가운데 재량근로제 활용 사업장은 2.9%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 활용 기업이 더 늘어날 거라고 고용부는 보고 있다. 노동계는 앞서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관련 연구·개발 업무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데 이어 재량근로제 운영 안내서를 내는 등 행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법제를 회피하고 장시간, 공짜 노동을 부추기는 몰지각한 정책 행보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9-08-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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