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학생이 머무는 특성 감안… 학교 일조권 평가 기준 강화를”

“다수 학생이 머무는 특성 감안… 학교 일조권 평가 기준 강화를”

김중래 기자
김중래, 박상연, 강동용 기자
입력 2024-01-29 18:22
업데이트 2024-01-3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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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오후 3시 2시간 이상
햇빛 안 들면 일조권 침해 판단
“교육환경영향평가 제도 보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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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고층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며 아이들에게 가야 할 햇빛이 가로막히는 사례가 이어지자 학교시설에 대한 일조권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교육환경보호법상 일조권 기준은 건축법과 같은데 다수의 아동과 청소년이 머무는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번 빼앗긴 햇빛은 해당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29일 “학교는 구성원이 인사발령으로 정기적으로 바뀌는 공공시설이다 보니 일조권 침해에 대한 대응이 지속되기 어렵다. 그만큼 사전에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며 “공적인 기능을 하는 시설인 만큼 일조권을 지켜주기 위해 주변 건물은 그늘이 커질 수 있는 상부 시설 배치를 사전 설계 당시 조정하는 등과 같은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의 일반 건축물과 비슷한 학교 건물의 일조권 침해 심의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 건축물 간 일조권 기준을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연속해서 2시간 이상 햇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일조권 침해로 판단한다. 이는 고등학교 건물의 일조권 기준과 같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2시간 이상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중학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다.

전문가들은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라 실시되는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 일조권 심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기준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교육부 학교 공간 혁신사업 총괄 기획가를 맡았던 이화룡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현재 일조권 침해 심의 대상 건물은 21층 이상이거나 전체 면적 10만㎡ 이상인데, 이 기준에 미치지 않아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물이 햇빛을 가리는 경우도 적잖다”며 “제도를 보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과거 법원은 학교에 일조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보기도 했다. 대법원은 2008년 인근 건물이 학교 일조권을 침해한 사건을 심리하면서 “학생들은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건물을) 이용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받을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법원도 최근에는 학교의 일조권을 중요한 권리로 보고 있다. 부산지법 행정2부는 2017년 아파트를 짓던 중 부지와 맞닿아 있는 인근 초등학교의 일조권이 문제가 되자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한 부산 해운대구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민간 사업자는 건축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학생들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조는 성장기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에서 학습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판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일조권에 대한 권리를 크게 본 것이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상업시설 인근에 있는 학교의 경우 주거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박상연·강동용 기자
2024-01-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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