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시오’ 팻말 붙은 출입문 밀었다가 사람이 죽었다면…‘유죄’

‘당기시오’ 팻말 붙은 출입문 밀었다가 사람이 죽었다면…‘유죄’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4-04-02 15:51
수정 2024-04-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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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및 고법.
대전지법 및 고법. 이천열 기자
‘당기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은 출입문을 밀어서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1부는 2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53)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0년 10월 31일 오전 8시쯤 충남 아산의 한 마시지 업소에서 출입문을 밀고 나가려다 문 앞에 서 있던 B(76·여)씨를 넘어지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입문에 밀려 도로 바닥에 넘어진 B씨는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출입문에는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고, A씨가 있던 문 안쪽에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었다.

1심 재판부는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 과실로 B씨가 출입문에 부딪혔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출입문을 열어 B씨가 바닥에 넘어진 뒤 머리를 보도블록에 부딪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까지 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출입문은 반투명 재질 유리로 만들어진 여닫이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출입문 앞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음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문을 과도하게 밀지 않아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출입문의 ‘당기시오’ 팻말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씨가 충분히 B씨의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무죄가 선고됐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과실치상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출입문 앞에 바짝 붙어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 때 시간이 오전 8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밖에 사람이 있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없다”며 “문이 투명하지 않아도 밖에 사람이 서성이는 실루엣이 비교적 잘 보여 A씨가 조금만 주의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어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구호 조치를 다하고 유족과 합의한 점을 모두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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