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날아든 260개 오물 폭탄… 생화학 테러 땐 ‘속수무책’

전국 날아든 260개 오물 폭탄… 생화학 테러 땐 ‘속수무책’

고혜지 기자
입력 2024-05-30 00:01
수정 2024-05-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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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포 공격에 비상

화생방대응팀·폭발물처리반 출동
합참 “국제법 위반한 저급한 행위”
김여정 “인민 표현의 자유”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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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의 한 논에서 경찰이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을 조사하고 있다. 전날 밤 날아온 이 풍선은 수도권·강원 등에 이어 경남과 전북 등 남쪽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대부분 흰색 풍선 안에 거름과 쓰레기 등 오물이 들어 있는 형태였는데 내용물이 없는 풍선도 있었다.  거창 뉴스1
2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의 한 논에서 경찰이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을 조사하고 있다. 전날 밤 날아온 이 풍선은 수도권·강원 등에 이어 경남과 전북 등 남쪽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대부분 흰색 풍선 안에 거름과 쓰레기 등 오물이 들어 있는 형태였는데 내용물이 없는 풍선도 있었다.
거창 뉴스1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이튿날인 지난 28일 오후 9시부터 ‘대남 오물 풍선’을 날리며 도발을 이어 갔다. 경기와 강원 등 접경 지역은 물론 경북 영천과 경남 거창, 전북 무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견된 오물 풍선이 29일 오후 4시 기준 260개가 넘었다. 군당국은 통상 경계를 유지하며 이번 일로 군 작전 태세 변화는 없다고 밝혔는데, 풍선이 화학물질 테러 등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은 또 풍선 수백 개를 남쪽으로 내려보낸 직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은 지난 3월 한미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 당시 이후 처음이다. 풍선 살포와 전파 교란은 남한 내 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서 260개 이상의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면서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폭발물이나 화학물질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풍선이 날아올 때 실시간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지상에 떨어진 풍선을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북한이 위험 물질을 넣어 날리는 경우에는 그 이상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풍선과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하는 타이머와 기폭 장치도 달려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직접적 도발 외에도 이런 심리전이나 조그마한 규모의 복합 위협들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시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침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살포를 시작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대남 오물 풍선이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한국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보낸 것이라는 취지로 비꼬았다.

북한은 27일 밤 군사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공군 전투기의 비행·타격 훈련에 대해 “좌시할 수 없는 위험한 도발 행위이자 명백한 국권 침해행위, 용서 못할 불장난”이라고 했다.
2024-05-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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