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억 전세사기 부부, 한국은 얼굴 가리고 美는 공개

62억 전세사기 부부, 한국은 얼굴 가리고 美는 공개

김서호 기자
김서호 기자
입력 2025-01-13 18:10
수정 2025-01-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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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90명 보증금 들고 美 도피
아들 펜싱 클럽 보내는 등 호화생활
美 ICE, 한국 추방 당시 사진 공개
“국내서도 경제 사범 신상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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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깡통 전세사기’를 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국내로 송환된 40대 부부의 추방 당시 모습을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이 13일 공개했다. 이들 부부는 2019년부터 4년여간 대전 일대에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ICE 홈페이지
이른바 ‘깡통 전세사기’를 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국내로 송환된 40대 부부의 추방 당시 모습을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이 13일 공개했다. 이들 부부는 2019년부터 4년여간 대전 일대에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ICE 홈페이지


대전에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뒤 미국으로 도피한 전세 사기범 부부의 사진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을 통해 공개됐다. ‘알 권리’ 차원에서 신상 공개에 적극적인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화이트칼라 범죄자 등을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CE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20일 한국으로 송환된 전세사기 피의자 40대 남모씨와 최모씨 부부의 추방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남씨 부부는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전 일대에서 자신들 돈을 들이지 않고 오로지 금융권 대출과 임차 보증금을 통해 다가구주택 11채를 매수한 뒤,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총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2022년 8월 19일 미국으로 도주했고, 고급 주택가에 살면서 아들을 펜싱 클럽에 보내는 등 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2023년 8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지난해 7월 남씨 부부의 거주지역 첩보를 입수해 공조를 요청했다. 지난해 9월 검거된 이들에 대해 연방 이민법원은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고,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은 이들이 추방되기 직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62억원을 떼먹고 미국으로 도주한 이들의 얼굴이 외국 기관에 의해 공개되자 국내에서도 추가 피해나 범죄자의 도피를 막기 위한 신상 공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일부 유튜버 등이 ‘사적 제재’로 범죄자 사진을 공개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2010년부터 시행된 범죄자 신상 공개는 지난해 1월 대상 범죄가 기존의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에서 내란·외환, 중상해·특수상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조직·마약범죄 등까지 확대됐다. 또 모자와 마스크 없이 범죄자 최근 얼굴을 찍는 머그샷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사기 등 경제 범죄는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명예교수는 “금융 사기는 단순히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범죄가 아니라 국제적인 범죄”라며 “외국에 도피해서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상 공개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01-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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