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생이 썼다는 ‘아빠는 왜’라는 동시가 지난달 말쯤 화제에 올랐다. “나를 예뻐해 주는 엄마가, 먹을 것을 주는 냉장고가, 놀아주는 강아지가 좋다.”던 화자는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를 끝맺는다. 여운은 컸다. 아빠 네티즌들은 “밤 늦게 들어가서 아이들 얼굴도 못 보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반응했다. 예비 아빠 네티즌들은 “왜 있는지 모르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교육&과학면을 통해 가정과 학교에서 변방에 있던 아버지들의 고민을 듣고, 아버지가 새로운 교육 현장의 축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우선 아버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교를 바꿔 나가는 서울 목동 목일중학교 아버지회의 ‘어깨동무 산행’을 따라가 봤다.
학교 아버지회. 모임의 이름만 듣고 공부를 잘하거나 학급 임원인 자녀를 둔 아버지의 모임이라든지, 돈이나 시간이 많은 아버지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다면 학교에 부는 ‘아버지 열풍’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수업이 없이 노는 토요일(놀토)을 맞아 자녀들이 다니는 서울 목동 목일중학교 학생들과 ‘어깨동무 산행’에 나선 아버지들은 ‘별난 존재’가 아니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또래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나이대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나누고 싶은 아버지들이 아버지회를 통해 뭉쳤을 뿐이다.
물론 아버지들의 활동이 녹록한 수준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간다는 얘기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목일중 아버지회는 금요일마다 학교 주변과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수시로 교육 현안 등에 대한 소통을 한다. 기금을 모아 학기마다 학교가 추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남교사들과 축구대회나 낚시를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 가운데 학기마다 한 번씩 열리는 ‘어깨동무 산행’은 아버지회 자녀들과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이 함께 떠나는 등산 활동이다. 아버지들이 부적응 학생과 1대1 멘토를 맺고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아버지들이 학생들에게 베푸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자녀의 친구인 학생들과 만나면서 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아버지들은 입을 모았다.
이번 학기 어깨동무 산행은 중곡동 아차산을 코스로 잡았다. 아버지와 학생들이 뒤섞여 올라가면서 서로 “힘들다.”고 숨을 뱉는 사이 서먹함이 사라져 갔다. 옆 반의 누구와 누가 서로 좋아한다는 학생들의 대화에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요령을 가르쳐 주자 “요즘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대꾸가 돌아왔다. 금연침을 맞으면서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학생에게 자신의 금연 경험담을 얘기하며 “고생이 많겠다.”고 격려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격의 없는 대화는 “학교 운영이나 교사들의 교육 활동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도움이 될 일만 찾아본다.”는 아버지회의 취지에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서철원 아버지회 회장은 설명했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어머니보다는 한 무릎 떨어져 있는 아버지상과 인간 관계를 직업적·사회적인 관계로 생각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는 남성 특유의 특성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목일중 아버지회처럼 활동이 활발한 아버지회도 지역 사회나 가정에서 보면 이례적인 게 사실. 이 점은 어깨동무 산행에 나선 아버지들을 위해 집에서 챙겨준 도시락의 방대한 양과 정성에서 방증됐다. 아버지회 2학년 회장인 한승주씨는 “금요일 저녁에 학교 주변 야간 순찰을 돌고 아버지들끼리 맥주를 한잔 마시거나 토요일에 산에 간다고 해도 집에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영호씨는 “아버지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고 학교 생활에 대해 알게 되면서 딸과 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늘어났다.”고 맞장구쳤다.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고문단으로 활동하는 송영기씨는 “아버지회 활동을 통해 사회에 나온 뒤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것도 아버지회가 활성화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거들었다. 아버지회 활동이 자녀들의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한 ‘임의 단체’가 아니라 자녀들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유형’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글 사진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서울 양천구 목일중학교 아버지회 소속 학부모 25명이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 재학생과 함께하는 ‘어깨동무 산행’에 나서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들의 활동이 녹록한 수준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간다는 얘기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목일중 아버지회는 금요일마다 학교 주변과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수시로 교육 현안 등에 대한 소통을 한다. 기금을 모아 학기마다 학교가 추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남교사들과 축구대회나 낚시를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 가운데 학기마다 한 번씩 열리는 ‘어깨동무 산행’은 아버지회 자녀들과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이 함께 떠나는 등산 활동이다. 아버지들이 부적응 학생과 1대1 멘토를 맺고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아버지들이 학생들에게 베푸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자녀의 친구인 학생들과 만나면서 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아버지들은 입을 모았다.
이번 학기 어깨동무 산행은 중곡동 아차산을 코스로 잡았다. 아버지와 학생들이 뒤섞여 올라가면서 서로 “힘들다.”고 숨을 뱉는 사이 서먹함이 사라져 갔다. 옆 반의 누구와 누가 서로 좋아한다는 학생들의 대화에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요령을 가르쳐 주자 “요즘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대꾸가 돌아왔다. 금연침을 맞으면서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학생에게 자신의 금연 경험담을 얘기하며 “고생이 많겠다.”고 격려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격의 없는 대화는 “학교 운영이나 교사들의 교육 활동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도움이 될 일만 찾아본다.”는 아버지회의 취지에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서철원 아버지회 회장은 설명했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어머니보다는 한 무릎 떨어져 있는 아버지상과 인간 관계를 직업적·사회적인 관계로 생각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는 남성 특유의 특성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목일중 아버지회처럼 활동이 활발한 아버지회도 지역 사회나 가정에서 보면 이례적인 게 사실. 이 점은 어깨동무 산행에 나선 아버지들을 위해 집에서 챙겨준 도시락의 방대한 양과 정성에서 방증됐다. 아버지회 2학년 회장인 한승주씨는 “금요일 저녁에 학교 주변 야간 순찰을 돌고 아버지들끼리 맥주를 한잔 마시거나 토요일에 산에 간다고 해도 집에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영호씨는 “아버지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고 학교 생활에 대해 알게 되면서 딸과 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늘어났다.”고 맞장구쳤다.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고문단으로 활동하는 송영기씨는 “아버지회 활동을 통해 사회에 나온 뒤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것도 아버지회가 활성화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거들었다. 아버지회 활동이 자녀들의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한 ‘임의 단체’가 아니라 자녀들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유형’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글 사진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11-0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