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중고 770곳 난방시설 노후…예산 탓만

경기 초중고 770곳 난방시설 노후…예산 탓만

입력 2014-12-04 00:00
업데이트 2014-12-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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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연수 경과 효율 저하…지자체 대응투자도 감소세

경기도 포천시 왕방초등학교는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교직원들의 마음이 더욱 얼어붙는다.

2003년 개교한 이 학교의 팬코일형 냉난방시설은 가동된 지 10년을 넘겨 한여름이나 한겨울이면 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폭염이나 한파주의보라도 내리는 날이면 난방대책에 비상이 걸린다. 천장형 냉난방 시스템으로 교체해달라고 예산지원을 요청했지만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경유를 사용하는 산업보일러 형태의 구형이어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든다.

내부 냉난방 시스템 교체 이외에도 도시가스로 가동되는 실외기를 설치하려면 10억원 가까이 들여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도시가스 배관을 끌어와야 한다.

이 학교 한 관계자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려면 냉난방비만 1천만원이 든다”며 “21학급 재학생 500여명 규모의 학교에서 그만한 돈을 학교운영비에서 충당하기 어렵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이런 사정은 도시지역 학교도 마찬가지다.

용인시 수지·기흥지역 학교들도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지 10년이 경과하면서 지역난방시스템으로 가동되는 냉난방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용인시의 경우 경전철 건설로 재정난이 악화돼 올해 대응투자가 사실상 ‘제로’ 상태이고 내년도 불투명해 냉난방시설 교체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냉난방기 교체사업은 급식시설 설치, 화장실 개선, 안전시설 확보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교육환경개선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투자 여부에 따라 사업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그러나 지자체의 학교대응지원사업비는 2011년 775억원, 2012년 678억원, 2013년 625억원, 올해 583억원(잠정)으로 매년 줄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마다 교육청 예산을 지원받으려고 매달리는 양상이다.

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보통교실에서 냉난방이 되는 경기도 초중고(특수학교 포함) 2천250개교 가운데 내용연수(장비별 7∼11년)가 경과한 난방시설을 보유한 학교는 770개교(냉난방 겸용 495, 난방전용 275)에 이른다.

내용연수란 조달청 기준에 근거해 최소 수리비로 물품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비소모품의 경제적 사용기간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물건의 가치가 ‘0’원이 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지자체 대응투자를 제외하고, 올해 도교육청이 냉난방기 교체에 자체 투입한 예산은 13개교 24억여원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28개교 35억여원으로 늘렸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2001년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라 일시에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신·증축된 학교들의 시설물 사용연한이 도래하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인건비 가중과 더불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부담에 따른 재정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내년 도교육청 예산안 11조7천160억원 가운데 인건비는 7조3천804억원,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은 3천903억원(현 편성액·총 소요액 1조460억원), 무상급식은 4천187억원을 차지한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송낙영 도의원은 “기초적인 편의시설조차 개선해주지 못하는 교육현장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시도교육청은 물론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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