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단종 피해 한센인에 첫 국가 배상 판결

낙태·단종 피해 한센인에 첫 국가 배상 판결

입력 2014-04-29 00:00
업데이트 2014-04-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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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원, “국가 책임… 피해 한센인 원고 19명에게 3천만∼4천만원 지급”

강제 낙태·단종을 당한 한센인들에게 처음으로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9일 한센인으로 낙태·단종을 당한 원고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관절제 수술을 받은 강모씨 등 원고 9명에 각 3천만원,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김모씨 등 원고 10명에 대해 각 4천만원 배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가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을 70년대까지 유지하면서 정관절제와 임신중절에 내세운 조건들이 원고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판단한다”며 “설령 원고들이 원했다 하더라도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과 법률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센인들은 소록도병원에서 일시적 치료가 아니라 인생의 상당 기간을 지내야 하는 입장이었다”며 “원고들이 죄를 짓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전면적인 출산금지 정책은 명백히 잘못된 반인륜적 반인권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가족계획이라는 것은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모자보건과 가정복지를 꾀하려는 것인데 한센인에게 자녀 자체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을 가족계획으로 합리화할 수 없다”며 “따라서 국가의 행위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한센인권변호단은 이번 판결이 최고 64년 전의 단종과 낙태를 당한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 단종·낙태 과정에서 국가의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단종 한센인 9명과 낙태 한센인 10명은 국립 소록도병원을 비롯해 익산·안동·부산·칠곡 등의 시설에서 단종과 낙태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한편 또다른 한센 피해자들이 제기한 단종·낙태로 말미암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현재 서울 중앙지법에 3건이 계류돼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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