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 작심발언
정계진출·사퇴 묻자 “지금 말하기 어렵다”
丁총리 “대통령께 거취 건의” 尹 사퇴 압박
尹총장에게 쏠린 눈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도입을 연일 강한 어조로 비판한 윤석열(앞줄 오른쪽 두 번째) 검찰총장이 3일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을 방문하는 길에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윤 총장은 “늦깎이 검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임지이고 어려운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 준 고장”이라며 대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청사에는 윤 총장을 지지하는 수백명의 시민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대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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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길에 취재진을 향해 이같이 말하며 “(검수완박은)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이는 재판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치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에 대한 여론전을 시작한 윤 총장이 공개 행사에서 더 높은 수위의 목소리를 내면서 보수진영의 ‘윤석열 대망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수사청 설립 저지를 위해 사퇴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고,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는 이미 ‘직을 100번도 더 걸겠다’는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총장 이후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윤 총장 거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는지 구분이 안 된다”면서 “총리로서 그냥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은 이 같은 정 총리의 반응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1-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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