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에 무료 상담” “변호사 아니라 불법”[생각나눔]

“비대면에 무료 상담” “변호사 아니라 불법”[생각나눔]

이성진 기자
입력 2024-04-29 23:39
업데이트 2024-04-2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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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자문 AI 서비스 찬반 논란

의뢰인들 접근 쉬워진 효과
변협, 출시한 업체 징계 논의
“변호사에 한해 운영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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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났는데 남편 회사에 말해도 되나요?”, “협의 이혼 중 배우자 통장에서 돈 빼도 되나요?”, “이혼할 때 애 셋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굿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법률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로앤서치’에 들어온 질문들이다. 변호사에게 직접 묻기 부담스러운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법률자문이 적잖다. 이용자들은 AI에 이런 질문을 입력한 후 소송 절차 등을 무료로 조언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선 최근 등장한 ‘AI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가 의뢰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이용을 도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행하는 만큼 현행법 위반이라며 징계까지 예고한 상태다. 법률시장에서 AI 서비스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AI 법률 상담 서비스는 로앤굿의 ‘로앤서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인공지능 서비스 ‘AI대륙아주’이다. 비대면 AI 상담인 만큼 말 못할 고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어 지난달 출시 후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소송 준비를 위한 변호사도 추천받을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를 준비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소송을 해 본 적이 없어 막막했는데 AI 서비스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고 변호사 상담을 연계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AI 법률 서비스는 변호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뢰인들의 법률 서비스 접근 장벽을 허물어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AI대륙아주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변호사법 34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 사무수행 및 이익 분배를 금하고 있는데 AI를 변호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변협 측은 이 서비스와 관련한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변협 측은 “로앤굿 등 다른 스타트업 AI 상담도 포괄적으로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대륙아주 측은 “AI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실제 의사 결정에 필요한 법률상담은 변호사와 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24시간 무료 상담’이라는 표현이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변협의 지적에 따라 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공식 명칭도 법률상담 대신 ‘법률 Q&A’로 바꿨다. 변협 징계가 확정되고 대륙아주가 이를 거부하면 최종 판단은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넘어간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AI 법률상담 서비스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 한해 AI 서비스 개발이나 시행을 허가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진 기자
2024-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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