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용어로 적합하지 못해”

“‘다문화’, 정책용어로 적합하지 못해”

입력 2010-08-26 00:00
업데이트 2010-08-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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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란 말이 주로 국제결혼 가정만을 가리키고 있어 정책용어로 부적합하며 이주 노동자와 북한 이탈주민(탈북자)을 포괄할 수 있는 ‘이주 배경’이란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열린 ‘다문화 관련 정책용어 개선과 제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대구대 이민경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국제결혼 가정’만을 의미하고 다문화 정책이 ‘국제결혼가정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는 이주 관련 정책을 통칭하는 ‘다문화 정책’이란 용어가 개념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는 채 저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다문화정책은 다문화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이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실질적으로 동화주의 정책의 성격이 짙다는 것.

 그는 “다문화 정책이 그 이념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충분한 고찰 없이 채택된 결과 정책이 명확한 이념적 지향점이 없이 부처별로 혼선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외부에서 강제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상징적으로 주변화시킬 수 있다며 다문화 가정,다문화 아동,다문화 청소년이 일종의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주로 국제결혼 가정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소한 정책용어인 다문화 청소년 대신 다양한 이주배경을 지닌 청소년을 지칭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란 용어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란 용어는 다양한 이주 배경을 지닌 이들의 상황과 조건을 명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고,이들을 사회적으로 분리시키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나 가치개념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용어로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출신 청소년도 이주 근로자 청소년,결혼 이주 가정 자녀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자 주변인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주정책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들로 나선 관련 전문가들은 정책 용어로서 ‘다문화’가 가진 한계에 대한 이 교수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이주배경’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은 “이주배경 청소년은 한국사회 외부로부터 이주해왔다는 점만 강조할 뿐 이들이 한국사회와 맺을 수 있는 관계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주민 대신 대만 정부가 ‘신주민’(新住民)이란 용어를,일본 정부는 ‘뉴커머’,‘올드커머’ 개념을 채택한 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다문화 관련 개념 정립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전면에 부상한 적이 없어 논의의 장을 구성하는 주체에 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탈북자들이 다문화 정책 대상에 포함해 논의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보이는 점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며 “탈북 청소년을 국제결혼,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정책적 대상으로 범주화해서 통합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대상자의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양계민 부연구위원은 “다문화 청소년이란 용어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확산하는 것은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고정관념화됐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고착화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김영화 교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란 말 대신 ‘이주청소년’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히면서 “단일문화에 젖어온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다문화를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오히려 사회적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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