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나 팬들이나 가장 기대하던 시즌을 잘 마무리하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모든 분이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에 매번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변함없는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극적이었던 한 시즌을 마무리한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는 29일(한국시간) 새벽 치러진 대회 갈라쇼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은 다음 취재진과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곧장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며 지낸 힘들었던 시간들을 털어놓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앞으로 진로를 두고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힘들었던 세계선수권대회..끝나고 보니 잘 나온 것 같아요”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228.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따낸 다음에도 별로 쉬지 못하고 곧장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했다.
이미 가장 큰 목표를 이룬 다음이었기에 허탈감과 의욕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마치고 세계선수권에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때는 결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 ‘그까짓 거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김연아는 “올림픽 이후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후회했다”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니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을 텐데 또 경기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게다가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같은 것을 경험했다며 ‘어느 선수라도 겪는 일이고 나만 그런게 아니다’고 얘기를 해 줬다”고 출전을 강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대충 한 건 아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올림픽 때와 거의 비슷하게 훈련했고, 대충 해서 실수한 것도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후유증은 컸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레이백 스핀에서 0점을 받는 등 평소 않던 실수를 범하며 7위에 그쳤다.
쇼트프로그램 실패는 ‘강심장’ 김연아도 흔들리게 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괜히 왔다’ 싶었다. 밤이 지나고 나서는 또 괜찮았는데, 아침 연습에서 다시 좋지 못하다 보니 경기 직전까지 ‘타다가 안 되겠으면 그만두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다행히 경기 직전 6분 동안 워밍업을 하면서 컨디션이 좋아 안정을 찾았다. 그 뒤로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진로는 선수를 계속하느냐, 프로 전향이냐의 갈림길”
마지막까지 극적인 경기를 보여주면서 마침내 김연아의 2009-2010 시즌은 막을 내렸다.
그동안 꿈꿔왔던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건 만큼, 이제 김연아에게도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왔다.
김연아는 “앞으로 진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선수로 계속 뛰든지, 아니면 공연에 나서며 가능하다면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쉬다가 나온다는 계획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때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번복한 선수들도 당시에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지만 스케이트를 타다 보니 다시 마음이 생긴 것”이라며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연아는 ‘실력 유지’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지금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아요. 아니라면 경기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는 하기 싫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김연아는 “훈련을 할 때면 ‘이걸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다음 시합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다”고 선수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또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대해서도 “친구들과 관계를 쌓거나 학교 생활을 못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어린 나이에 이 자리까지 온 건 큰 성과”라며 선수로서 지금껏 이룬 것들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힘들지만 스케이트를 타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 익숙하게 다시 타게 된다. 한국에서 조금 쉬고 나서 오랜만에 탈 때면 마음 편히 잘 타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더 먼 미래의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잠시 망설이면서도 “10년 후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서 코치도 메인코치가 되기 전까지 아이스쇼 무대에 선 만큼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되물으면서 “살만 찌지 않는다면”이라고 단서를 붙이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연아는 또 “곽민정과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연습을 했는데,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코치를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말리지만, 보조코치처럼 도와주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파..공부도 관심”
김연아는 이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올림픽이 끝나고 잠시 방문하기도 했지만 1박2일의 짧은 일정이라 고국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김연아는 “운전 면허까지 딸 시간은 없을 것 같고, 제약 없이 맛있는 것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다”면서 “살이 찌더라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김연아의 소망대로 한가로운 휴식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5월 말이나 6월 초쯤 토론토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이스쇼 출연, 밀린 CF촬영과 사인회 등 숨가쁜 일정이 남아있다.
이미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고 있기에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
김연아는 “학교 생활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조차도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어렵더라. 조금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토론토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어도 나 때문에 안되더라. 친구들이 나서서 날 보호해줬다”며 유명인으로서 생활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연아는 “학교 수업은 과제로 대신했는데, 훈련 일지를 쓰는 게 있었다. 내가 경험한 것을 쓰다 보니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특히 “심리 상담과 비슷한 수업을 들었는데 흥미로웠다. 선수로서 겪은 것들이 있는 만큼 스포츠심리 쪽을 공부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학업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극적이었던 한 시즌을 마무리한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지난 27일 오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린 2010 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연아가 시상식에서 1위 아사다 마오와 함께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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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29일(한국시간) 새벽 치러진 대회 갈라쇼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은 다음 취재진과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곧장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며 지낸 힘들었던 시간들을 털어놓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앞으로 진로를 두고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힘들었던 세계선수권대회..끝나고 보니 잘 나온 것 같아요”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228.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따낸 다음에도 별로 쉬지 못하고 곧장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했다.
이미 가장 큰 목표를 이룬 다음이었기에 허탈감과 의욕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마치고 세계선수권에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때는 결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 ‘그까짓 거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김연아는 “올림픽 이후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후회했다”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니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을 텐데 또 경기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게다가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같은 것을 경험했다며 ‘어느 선수라도 겪는 일이고 나만 그런게 아니다’고 얘기를 해 줬다”고 출전을 강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대충 한 건 아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올림픽 때와 거의 비슷하게 훈련했고, 대충 해서 실수한 것도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후유증은 컸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레이백 스핀에서 0점을 받는 등 평소 않던 실수를 범하며 7위에 그쳤다.
쇼트프로그램 실패는 ‘강심장’ 김연아도 흔들리게 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괜히 왔다’ 싶었다. 밤이 지나고 나서는 또 괜찮았는데, 아침 연습에서 다시 좋지 못하다 보니 경기 직전까지 ‘타다가 안 되겠으면 그만두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다행히 경기 직전 6분 동안 워밍업을 하면서 컨디션이 좋아 안정을 찾았다. 그 뒤로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진로는 선수를 계속하느냐, 프로 전향이냐의 갈림길”
마지막까지 극적인 경기를 보여주면서 마침내 김연아의 2009-2010 시즌은 막을 내렸다.
그동안 꿈꿔왔던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건 만큼, 이제 김연아에게도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왔다.
김연아는 “앞으로 진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선수로 계속 뛰든지, 아니면 공연에 나서며 가능하다면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쉬다가 나온다는 계획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때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번복한 선수들도 당시에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지만 스케이트를 타다 보니 다시 마음이 생긴 것”이라며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연아는 ‘실력 유지’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지금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아요. 아니라면 경기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는 하기 싫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김연아는 “훈련을 할 때면 ‘이걸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다음 시합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다”고 선수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또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대해서도 “친구들과 관계를 쌓거나 학교 생활을 못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어린 나이에 이 자리까지 온 건 큰 성과”라며 선수로서 지금껏 이룬 것들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힘들지만 스케이트를 타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 익숙하게 다시 타게 된다. 한국에서 조금 쉬고 나서 오랜만에 탈 때면 마음 편히 잘 타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더 먼 미래의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잠시 망설이면서도 “10년 후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서 코치도 메인코치가 되기 전까지 아이스쇼 무대에 선 만큼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되물으면서 “살만 찌지 않는다면”이라고 단서를 붙이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연아는 또 “곽민정과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연습을 했는데,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코치를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말리지만, 보조코치처럼 도와주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파..공부도 관심”
김연아는 이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올림픽이 끝나고 잠시 방문하기도 했지만 1박2일의 짧은 일정이라 고국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김연아는 “운전 면허까지 딸 시간은 없을 것 같고, 제약 없이 맛있는 것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다”면서 “살이 찌더라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김연아의 소망대로 한가로운 휴식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5월 말이나 6월 초쯤 토론토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이스쇼 출연, 밀린 CF촬영과 사인회 등 숨가쁜 일정이 남아있다.
이미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고 있기에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
김연아는 “학교 생활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조차도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어렵더라. 조금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토론토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어도 나 때문에 안되더라. 친구들이 나서서 날 보호해줬다”며 유명인으로서 생활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연아는 “학교 수업은 과제로 대신했는데, 훈련 일지를 쓰는 게 있었다. 내가 경험한 것을 쓰다 보니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특히 “심리 상담과 비슷한 수업을 들었는데 흥미로웠다. 선수로서 겪은 것들이 있는 만큼 스포츠심리 쪽을 공부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학업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