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조광래를 흔들지 마라

[스포츠 돋보기] 조광래를 흔들지 마라

입력 2010-08-18 00:00
수정 201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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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직전 기성용(21·셀틱)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에콰도르전, 일본전에서 날카로운 프리킥도, 상대가 눈 뜨고 당하는 ‘느리지만 기묘한’ 드리블도 보여주지 못했다. 논란이 일었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가진 평가전에도 기성용을 선발로 내보냈다. 갖가지 말들이 떠돌았다. “기성용의 부친이 축구인이라 그렇다.”, “허 감독이 명성에만 의존해 선수를 선발한다.” 등등.

그런데 막상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자 이 같은 논란은 완전히 사라졌다. 기성용은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 프리킥 찬스에서 면도날 같은 킥으로 한국을 첫 원정 16강으로 이끄는 두 번의 어시스트를 했다. 앞서 2002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이동국(31·전북)을 외면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월드컵 사상 첫 4강 진출이었다. 이번에는 이천수(29·오미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조광래 감독의 J-리거 탐방에서다. 조 감독은 지난 15일 주빌로 이와타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박주호(23)의 플레이를 살펴보려고 일본 오미야의 홈구장인 NACK5스타디움을 찾았고, 우연히 오미야에는 이제 막 이적한 이천수가 선발로 나왔다. 박주호는 기대만큼 훌륭한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온 이천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맹활약했다. 특히 좌우 측면과 중앙을 끊임 없이 오가는 특유의 활동량과 예리한 프리킥은 여전했다. 일본 언론의 칭찬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몇몇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은 “이천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라든가, 나아가 “이천수를 대표팀에 불러야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보다 의식이 중요하다. 조직에 융화할 수 있는 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다가오는 이란전과 일본전에서 이천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이청용(22·볼턴)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이천수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경기결과가 좋지 않다면 “조 감독도 ‘코드선발’을 한다.”고 비판할 것이 뻔하다. ‘조광래호’ 흔들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선수 선발은 대표팀 감독의 권리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고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조 감독에게 대표팀에 자신의 색깔을 칠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허 전 감독 때처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허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 유임을 고사한 데는 근거 없는 비난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08-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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