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

홍명보 감독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

입력 2012-08-22 00:00
업데이트 2012-08-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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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긴 홍명보(43) 감독이 한 점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감독은 “올림픽 3위의 성적은 이후 한국 축구가 세계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 다시 언급될만하다”며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올림픽을 마친 소감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원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우리만 잘해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것을 잘 지적해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선수들과 길게는 3년, 짧게는 몇 달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 영광으로 생각한다.

--올림픽 동메달 딸 수 있던 원동력은.

▲선수들의 역할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 특히 국민 성원이 컸다. 그게 어린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수들도 강한 목표 의식을 갖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 감독할 때부터 강조했던 혼과 열정이 모두 들어 있었다. 선수로서나 코치로서 세계 대회 진출했을 때 부족했던 점도 철저히 준비했다.

--향후 거취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내 생활을 가지려 하는데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에너지, 경험, 지식이 소진된 상태다. 남은 기간 재충전을 해야 될 것 같다. 어떻게 머릿속에 다시 새로운 것들을 채울지 생각 중이다. 재단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등 내 손이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도 준비하겠다. 그동안 못 했던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문제에 대한 행정적 처리과정에서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가 미숙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박종우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박종우는 충분히 자격 있는 동메달리스트다. 행정적 문제에는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종우가 환영행사나 만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체육회의 결정을 들었을 때 실망했다. 만찬 전날 저녁 박종우에게 전화를 걸어 꼭 만찬에 참석하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박종우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문에 대해서도 축구협회가 좀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먼저 공문을 보냈어야 하는지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같다.

--올림픽 이후 더 큰 무대로 나가는 후배들에게 조언은.

▲팀 선택 시 무조건 빅클럽이나 금전적으로 많은 데를 가는 것보다 운동장에 나갈 시간이 확보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병역 문제가 해결된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고 해도 좋다.

--한일전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던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어떤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세이고 코치는 현재 안정을 찾았다. 세이고 코치가 2009년부터 올림픽팀에서 했던 것은 앞으로 아주 중요한 매뉴얼이 되리라 확신한다. 협회에서도 세이고 코치의 노하우를 백서로 만들어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아 기쁘다. 세이고 코치가 다음 세대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방법을 잘 전해줘 한국 축구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매순간 어려웠지만 모든 스태프들과 선수들 이 함께 위기를 잘 넘겼다. 훌륭한 지도자는 혼자 될 수 없다. 모든 스태프가 각자 역할을 책임 있게 해냈다.

--올림픽에서 아쉬웠던 적은.

▲여섯 경기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브라질전이다. 선수들이 초반엔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선수단이 모두 이 경기에 이겨서 결승에 나가고 싶었다. 0-2가 된 뒤 포기했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포기했다면 김기희(대구)를 넣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응원하는 국민에 대한 자세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0-3, 0-4가 됐더라도 포기 안 했을 것이다. 다만 17명 안에서 선수를 운용해야 해서 체력적인 면이 걱정됐다. 특히 구자철의 체력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 포기해서 선수 교체한 것은 아니다.

--A대표팀 감독직 생각은.

▲월드컵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가장 중요한 경기가 남았다. 최강희 감독님이 잘하고 있는데 A대표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올림픽팀 선수들이 2년 후에 월드컵에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올림픽 선수들도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월드컵에 나가는 영광이 찾아올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3-4위전과 아쉬웠던 브라질전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으로서 선수 시절에 경험한 한일전을 선수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많았다. 올림픽팀에 어려서부터 한일전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았다. 3-4위전 상대가 일본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메달에 대한 욕심과 중요한 경기라 이겨야 한다는 승부근성을 발휘했던 것 같다.

--실수한 부분은 없나.

▲3-4위전 막판에 김기희를 투입할 때 포지션 얘기를 안 해줬다. 김기희에게 최선을 다하고 지친 선수들 옆에서 서포트해주라고 말했는데 포지션을 빼먹었다. 김기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물어봐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K리그 인기를 높일 방안은.

▲K리그는 우리나라 축구의 한 축이다. K리그에서 나오는 유소년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이 되고 해외로 진출한다. 축구 팬 여러분이 축구장에 직접 찾아가주셨으면 좋겠다. 팬 서비스나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

--물을 먹고 경기장에 들어올 땐 뛰게 하는 등 팀의 규칙을 만든 이유는. 또 팀에서 긴장을 어떻게 풀었나.

▲팀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특별한 룰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훈련 중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신 뒤 경기장에 들어올 때 조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다음 훈련에 대해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였다. 훈련에 들어올 때 밖에서 떠든 분위기가 이어지면 훈련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 한국 음식을 먹었던 것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선수단 내에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정신 나간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어떤 도움이 됐나.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이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 지 좀 막막했다. 올림픽팀은 A매치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무조건 21세 이하 선수들이 나가야 한다고 판단해 협회에 전달했다. 광저우 때 좋은 시뮬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틀 간격의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컨디션을 회복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올림픽 3위라는 전례 없는 성적을 거뒀다. 그 이상의 목표를 겨냥한다면 필요한 부분은.

▲4강 이후의 상황은 아무도 몰랐다. 4강 이상은 한국에서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다. 3-4위전 전에는 선수들에게 2002년 월드컵 얘기를 해줬다. 우리가 왜 져서 4위를 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었다. 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축구는 한단계 발전했다.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더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할 때 누군가 분명히 이번 경험을 전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내 입으로 말하긴 어렵다.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이번 올림픽에서 절대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선수 선발 때부터 후회를 0.1%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바로 한 점의 후회도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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