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6연승 이끈 위성우 감독 무패신화’위리더십’ 웃었다

우리은행 16연승 이끈 위성우 감독 무패신화’위리더십’ 웃었다

입력 2014-12-25 23:58
업데이트 2014-12-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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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선수들 아침부터 함께 뛰고 구르며 훈련

‘농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성탄 전야에 여자프로농구 개막 최다 연승 신기원을 이룬 우리은행 위성우(43) 감독의 얼굴에 뿌듯함이나 감격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25일 이른 아침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아침 운동을 끝낸 뒤였다. 술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농구판에서 그는 아주 드물게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한다. 다른 감독이라면 신기록을 세운 여운이 얼굴에 남아 있었을 터였다. 그는 담배도 안 피우고, 친구도 거의 안 만나고, 그저 외박하는 날 부인·외동딸과 영화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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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16연승)을 세운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이 성탄절인 25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돌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여자프로농구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16연승)을 세운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이 성탄절인 25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돌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어쩌면 ‘섬’이나 ‘수도승’ 같은 이미지다.

개막 16연승을 달려온 과정에 어느 하나 쉬운 경기가 없었는데 전날 삼성과의 경기는 보는 이를 힘들게 만드는 접전이었다. 패배한 쪽이나 승리한 쪽이나 왜 지고 이겼는지 맥을 짚기 어려웠다. 녹화한 경기 동영상에다 하이라이트 편집된 것까지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아침에 코치들과 함께 트레드밀 위를 걸으며 작전이나 전술, 복잡하고 예민한 여자 선수들의 세세한 동향 등을 점검한다고 했다.

코칭스태프가 왜 운동을? 농구 특성상 선수들과 함께 뛰고 구르지 않으면 성적을 낼 수가 없으며 선수들만 체력을 기르라고 해서는 한 팀으로 묶일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누구보다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 봐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싫증이 날 정도로 떠들어 댑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크다는 이유로 코트에 발을 들여 1년 뒤 제주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것이 농구와의 인연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3학년 때 빈혈로 쓰러지면서 몸이 마비돼 1년 반 운동을 쉬었다. 그 바람에 1년을 ‘꿇었고’ 포지션이 센터에서 포워드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또 한번의 고비는 상무에서 전역한 뒤 1998년 실업팀 현대에 입단했을 때였다. 당시 프로 최저 연봉이 3000만원인 시절에 연차에 어울리지 않게 3800만원을 받으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엄청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정말 365일 중 360일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을 했습니다.”

그는 “정말 누구나 다 하는 ‘열심히’를 뛰어넘어 ‘제대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농구 말고 다른 일에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고 이때의 교훈이 훗날 지도자로서 성과를 내는 자양분이 됐다”고 돌아봤다.

외국인 둘이 동시에 뛰던 시절, 식스맨으로 한 경기 10분의 출전조차 보장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공이 오면 피하기도 했고 그 일 때문에 자학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스타 출신 사령탑도 거꾸러지는 프로 세계에서 그는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하다 우리은행 감독으로 부임한 첫해 팀을 곧바로 챔피언에 올려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여자농구에서 생길 수 있는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단은 물론 모기업 명예까지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 이룬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비결 같은 건 없고, 전술에 관한 책을 많이 들여다봐 일을 낸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선수들과 함께 뛰고 구르고 가끔 ‘쌍소리’도 퍼부으며 사소한 움직임, 심경의 미묘한 떨림까지 포착하며 완벽하게 선수단을 장악한 덕분이라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휘해 금메달을 안겼고 임영희, 박혜진 등이 몇 개월 팀을 떠난 공백을 느낄 새 없이 2014~15시즌 들어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 스무 차례 이상 오른 단어가 ‘열심’이었다. 이제 풀어 줄 때가 됐지 않았느냐고 떠봤다. “통합 3연패를 바라보는 시점에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즌 초반 훈련 시간 외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놔뒀더니 이제 선수들이 알아서 하더군요. 해서 요즘은 사람 달라졌다는 소리를 조금 듣습니다만 훈련 때만은 그대로입니다. 허허.”

감독이란 얼마나 피곤한 자리인가. “처음에는 선수들을 혼내 놓고 돌아서서 ‘내가 뭔데’ 하며 힘겨워했죠.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감독도 실패, 선수도 실패란 일념으로 매달립니다. 선수들에게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다들 ‘피하는 거요’라고 답합니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위성우 감독이 걸어온길

▲1971년 6월 21일 부산 출생 ▲부산 성동초-경남중-부산 중앙고-단국대 ▲선수 경력:1998~2001년 안양 SBS, 2001~03년 대구 오리온스, 2003~04년 모비스 ▲지도자 경력:2005~12년 신한은행 코치, 2008년 하계올림픽 대표팀 코치, 2012년 4월~현재 우리은행 감독, 2013년 제25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선수권 대표팀 감독,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금메달) ▲수상: 2012년·2013년 여자프로농구 지도자상
2014-1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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