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PGA ‘전설’ 파머…주최 대회에 정상급 선수 대거 불참

체면 구긴 PGA ‘전설’ 파머…주최 대회에 정상급 선수 대거 불참

입력 2016-03-19 09:47
업데이트 2016-03-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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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스·왓슨·파울러·존슨·리드 등 세계 10걸 중 5명 빠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연간 47개 대회를 연다. 47개가 다 투어 대회지만 다 같지는 않다. 대회마다 ‘급’이 있다.

투어 대회의 ‘급’은 상금 규모와 출전 선수의 수준에 따라 나뉜다. 상금이 월등히 많고 정상급 선수가 빠짐없이 출전한다면 특급‘이다.

4대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4개 대회는 ’특급‘이다. 특급 대회는 상금이 많다. 아무나 출전할 수 없다. 대개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들만 출전한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드는 정상급 선수들은 ’특급‘ 대회 위주로 출전 일정을 짠다. ’특급‘은 아니지만, 정상급 선수라면 대부분 참가하는 대회는 ’A급‘이다.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그렇다. 인비테이셔널은 ’오픈‘ 대회나 ’챔피언십‘ 대회와 달리 주최자가 선수를 초청해서 치르는 형식이다.

18일부터 나흘 동안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리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6월에 치러지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퀴큰론스 내셔널이 PGA투어에서 대표적인 인비테이셔널 대회이다.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A급‘이 된 것은 메이저대회 못지않게 정상급 선수가 많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정상급 선수가 많이 출전하니 팬들의 관심도 높고 미디어도 주목한다. 그래서 상금도 다른 대회보다 더 많이 준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정상급 선수가 몰리는 이유는 대회 주최자의 명망 덕이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킹‘ 파머가 주최한다. 그는 매년 정상급 선수들에게 대회에 나와달라고 직접 쓴 편지를 보낸다.

메모리얼 토너먼트 주최자는 잭 니클라우스다. 니클라우스는 다른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내 대회도 나올 거지?”라고 다정하게 물어보곤 한다.

웬만한 선수라면 파머나 니클라우스의 대회 출전 요청을 외면하기 힘들다.

퀴큰론스 내셔널 대회 호스트는 타이거 우즈가 맡고 있다. 우즈의 영향력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고 상금 규모도 키웠다. 대회가 열리는 콩그레셔널 골프장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코스다. 이런 고급 대회를 만들어놨으니 선수들이 몰린다.

이런 인비테이셔널대회에 정상급 선수들이 많이 빠지면 주최자의 체면에 구겨지기 마련이다.

올해는 파머의 위신에 적지 않은 손상이 갔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정상급 선수가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와 세계랭킹 4위 버바 왓슨, 5위 리키 파울러, 그리고 더스틴 존슨과 패트릭 리드 등 세계랭킹 10걸 가운데 5명이 빠졌다. 하필이면 세계랭킹 10걸 가운데 대회에 불참한 5명은 모두 미국 선수들이다.

빌 하스, 브룩스 켑카, 필 미켈슨, 저스틴 토머스, 지미 워커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건너 뛰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이처럼 정상급 선수들이 기피하는 대회가 된 것은 ’특급‘ 대회 사이에 낀 일정 때문이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셜 바로 다음 주에는 ’특급‘ 대회인 WGC 델 매치플레이가 열린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주 전에는 역시 ’특급‘ 대회 WGC 캐딜락 챔피언십이 열렸다.

스피스는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격전을 치르고 이어진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그가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다면 마스터스까지 6주 연속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을 벌어야 한다. 아놀드 파머 대회에 출전하는 대신 ’특급‘ 대회 델 매치플레이나 고향에서 열리는 휴스턴 오픈에 빠질 수는 없어서다.

다른 선수들도 다들 델 매치 플레이를 대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 아놀드 파머 장학금을 받았던 하스는 재작년까지 6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작년부터 발길을 끊었다. 하스 역시 “대회 출전 일정을 짜면서 도저히 아놀드 파머 대회를 넣기 어려웠다”고 양해를 구했다.

12년 째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토너먼트 디렉터 스콧 웰링턴은 “다들 ’일정 때문'이라고 말한다”면서 서운함을 내비쳤다.

선수 출신 방송인 피터 제이컵슨(62)은 “나라면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바이런 넬슨 등 PGA투어의 기틀을 닦은 대선배의 이름을 딴 대회라면 만사 제쳐놓고 출전할 것”이라면서 많은 선수가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외면한 상황을 아쉬워했다.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2006년 PGA투어 최다 연승 기록 보유자인 전설적인 스타 선수 바이런 넬슨이 타계한 뒤 넬슨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AT&T 바이런 넬슨이 정상급 선수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듯이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도 비슷한 운명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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