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조호성 “선재야 너라도 달려”

넘어진 조호성 “선재야 너라도 달려”

입력 2010-11-17 00:00
업데이트 2010-11-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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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이클이 연이틀 뜻밖의 사고 때문에 다 잡았던 메달을 놓쳤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30㎞(120바퀴) 포인트레이스 결승이 벌어진 17일 광저우대학타운 벨로드롬.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경기 전 만난 사이클 대표팀 코치진은 하나같이 대표팀의 ‘양대 에이스’인 조호성(36.서울시청)과 장선재(26.대한지적공사)가 출전하는 이날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확신했다.

 다만 “결과를 기대하라”면서도 늘 “큰 사고만 없다면”이란 단서가 붙었다.

 그러나 설마 했던 사고가 실제로 벌어지면서 조호성과 장선재는 금메달 합작에 실패하고 말았다.

 120바퀴를 도는 포인트레이스 경기는 10바퀴(스프린트)를 돌 때마다 들어온 순서에 따라 1위는 5점,2위는 3점,3위는 2점,4위는 1점을 준다.

 또 한 바퀴를 더 돌아 메인 그룹을 추월한 선수에게는 20점을 준다.

 그렇게 12번의 스프린트를 마치고 나서 쌓은 점수의 합산이 가장 큰 선수가 우승자가 된다.

 한 번의 스프린트를 마칠 때마다 앞선 순위를 차지하려는 선수들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만큼 호흡을 맞추는 작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이날 오랜 경험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할 줄 아는 조호성이 우승을 노리는 방향으로 작전을 짰다.

 힘과 스피드가 좋은 장선재가 먼저 레이스를 주도하면 조호성이 뒤를 따라가고,중요한 순간 장선재가 다른 선수들을 방해하면서 조호성에게 추월할 길을 터 주기로 했다.

 실제로 전날 벌어진 예선 경기를 연습 기회로 삼은 한국은 1조에서 장선재가 메인 그룹을 2바퀴나 따라잡으며 속도감을 익혔고,조호성은 막판 추월하는 능력을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선에서 장선재가 48점을 받은 반면 조호성은 8점을 받는 데 그쳤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장선재는 “내 약혼녀를 조호성 선배님이 소개해 주셨다.그래서 이번 포인트 레이스는 ‘선배님에게 선물을 드리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결승에서 초반 레이스는 어느 정도 작전대로 흘러갔다.

 장선재와 조호성은 2번째 스프린트에서 나란히 메인 그룹을 한 바퀴 따라잡으며 20점을 올렸고,이후 조호성이 선두 그룹에서 달리면서 착실히 포인트를 쌓아 호시탐탐 선두권을 노렸다.

 그 사이 장선재는 메인 그룹에서 앞서 달리며 전체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러나 한 차례 더 가속을 붙이려던 6번째 스프린트 막판,조호성의 앞에서 달리던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넘어지면서 조호성의 자전거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조호성은 바로 자전거를 정비하고 레이스에 들어갔지만,사고의 충격 탓에 좀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장선재는 “선배님이 넘어지고 나서 다리 근육이 굳어 페달을 제대로 밟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조호성은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장선재에게 “너라도 너의 경기를 하라”고 말했지만,아직 포인트 레이스 경험이 부족한 장선재는 작전이 엉키자 힘을 내지 못했다.

 장선재는 “선배님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나도 마음이 너무 울컥해서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번의 사고로 작전이 틀어지면서 조호성과 장선재는 아쉽게 9위와 10위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조호성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을 위로했지만 긴장에 시달리던 장모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들쳐업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까지 겪었다.

 한국은 전날 열린 여자 포인트 레이스 결승에서도 나아름(20.나주시청)이 2위를 달리던 도중 넘어지는 다른 선수와 부딪혀 크게 쓰러지면서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결국 이틀 연속 뜻밖의 사고가 한국 사이클 ‘메달 레이스’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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