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체조 개인종합 첫 금 ‘검은 요정’

올림픽 여자체조 개인종합 첫 금 ‘검은 요정’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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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美 더글러스 체조 여왕에… 여자 흑인으론 첫 우승

“누군가 내게 ‘올림픽 여자 개인종합에서 우승한 첫 흑인 선수’라고 하기에 이렇게 답했죠. ‘오, 그래요? 나는 그걸 잊었습니다’라고요.”

2일(현지시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끝난 여자체조 개인종합 결선은 새 체조여왕을 옹립하는 대관식이었다.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개 종목 합계 62.232점을 얻어 빅토리아 코모바(17·61.973점·러시아)를 간발의 차로 따돌린 가브리엘 더글러스(17·미국)가 특별한 우승 소감의 주인공이다.

여자체조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52년 헬싱키올림픽 이후 백인이 아닌 선수가 개인종합 우승을 한 건 처음이다. 지금껏 개인종합 금메달은 옛 소련(독립국가연합 포함 7번)과 미국(4번), 체코, 루마니아(이상 2번), 우크라이나뿐이다. 남자 개인종합에서는 일본·중국이 일곱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여자는 비(非)백인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던 셈. 물론 더글러스의 ‘쿨한’ 소감은 피부색이 아닌 실력으로만 자신을 바라봐 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날다람쥐’란 별명에서 짐작하듯 흑인 특유의 탄력은 물론 정확한 기술 구현과 깜찍한 몸짓·표정까지 겸비한 게 더글러스의 강점이다. 여섯 살에 언니 권유로 체조를 시작한 그는 아홉 살 때인 2004년 버지니아주 대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어머니의 결정으로 2010년 고향을 떠나 아이오와주 디모인으로 건너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종합 은메달리스트 숀 존슨을 키워 낸 중국 체조 스타 출신 량차오를 스승으로 모셨다. 한참 민감한 소녀가 홀로 객지 생활을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남편과 이혼한 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훈련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고진감래였을까. 량차오의 지도로 급성장한 더글러스는 2010년 대표팀에 선발됐다. 같은 해 팬암대회 단체전과 이단평행봉 우승을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미국의 단체전 우승에 기여한 더글러스는 올 초 AT&T 아메리칸선수권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면서 런던에서 일을 낼 재목으로 꼽혔다. 런던올림픽 개인종합·단체전 2관왕에 오른 더글러스는 주종목 이단평행봉(6일)·평균대(7일) 결승에도 진출해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2-08-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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