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내분’만 남긴 클린스만의 1년… “특정 선수 중심 팀 운영 탈피해야”

‘졸전·내분’만 남긴 클린스만의 1년… “특정 선수 중심 팀 운영 탈피해야”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24-02-16 01:17
업데이트 2024-02-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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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원 팀’ 어쩌나

플랜B 없고 팀보다 개인 기량 우선
선수 발굴 안 해 내부 경쟁도 없어

“강한 리더십·유망 선수 발굴 시급
국내 지도자에게 새 사령탑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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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은 물거품이 됐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토록 자랑했던 ‘원 팀’의 내부는 산산조각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경질과 새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서두르지 않으면 분위기를 추슬러 다시 ‘원 팀’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당장 다음달 21일과 26일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연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13위의 약체라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로 경기에 나서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표팀이 다시 ‘원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1년 동안 굳어진 특정 선수 중심의 팀 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취임 뒤 치른 11차례 평가전과 아시안컵 6경기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멤버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불법 영상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노팅엄)를 빼고 오현규(셀틱)를 넣은 것 외에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끌던 때와 엔트리 구성에 차이가 없다. 또 ‘플랜B’도 없이 공격에 손흥민(토트넘), 중원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수비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이름난 유럽파 선수들을 붙박이 선발로 활용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엔 ‘빌드업 축구’ 전술을 명분으로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했고, 플랜B를 가동해야 할 때 교체 자원으로 활용했다.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선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감독의 철학을 관철시킨 것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렇다 할 전술도 없이 개인의 능력만을 고려해 선수들을 기용했다. 그래서 국내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게임처럼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게임 같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지 않음으로써 대표팀 내부의 경쟁이 사라졌다. 이미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 입장에선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팀의 기강도 와해되는 것이다.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대표팀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 장기 침체에 빠진 대표적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은 수많은 외국인 지도자를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지만 자국 프로팀에서 젊은 선수들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기존 선수들만 활용했다. 그 결과 서서히 대표팀의 스쿼드가 약해졌고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선수 경기력 점검을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뒤 주로 유럽을 돌아다녔다. 그렇다고 유럽파들을 부르지 않은 적은 없었다. K리그는 주로 차두리 코치에게 맡겼는데, 국내파 선수 중에 새 얼굴을 발탁한 적도 없다. 중국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과 다를 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 같은 행태는 이미 선임 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성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버티기에 나섰다.

당면한 월드컵 2차 예선을 무난히 치러내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선 현재 대표팀의 상황을 잘 알고,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묶을 수 있는 국내 지도자를 사령탑에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리그 한 축구팀 감독은 15일 “새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외국인 지도자는 없을 것 같다”며 “외국 사령탑을 맡은 박항서, 신태용, 김판곤 등 국내파 감독들은 편견 없이 유망 선수를 발굴해 성적을 내면서 인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형우 기자
2024-02-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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