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웃었던 라셈, 끝내 참지 못한 눈물로 맞은 이별

끝까지 웃었던 라셈, 끝내 참지 못한 눈물로 맞은 이별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12-10 00:48
수정 2021-12-1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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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라셈이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끝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레베카 라셈이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끝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끝까지 밝은 표정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른 레베카 라셈이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라셈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해주고 싶은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애틋한 석별의 정을 나누며 라셈과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라셈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라셈은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팀 최다인 12점을 올리며 한국 무대를 마쳤다. 긴장한 듯 29.73%의 낮은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팀의 0-3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늘 그랬듯 코트를 열심히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 몸을 풀면서 환하게 웃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경기 전 몸을 풀면서 환하게 웃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경기를 앞두고 라셈은 내색하지 않았다. 안태영 감독 대행은 경기 전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라셈은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몸을 풀며 이날 경기에만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이었다.

라셈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남겼다. 이어 “지금까지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면서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가능하면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도 계속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란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라셈의 모습.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라셈의 모습.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마지막이라 더 긴장한 탓이었을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바람과 달리 경기가 시작된 후 라셈은 고전했다. 1세트에는 2점만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15.38%, 공격 효율은 -7.69%였다. 두 팀이 1세트 접전을 펼쳤기에 라셈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근 경기력이 올라온 기업은행은 선전했지만 결국 인삼공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안 대행이 선수들에게 “라셈이 웃으면서 갈 수 있게 하자”고 했던 당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기업은행 선수들은 라셈을 중심으로 모여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건넸고 라셈도 환한 미소로 동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선물 증정식 후 모두가 돌아가며 라셈과 포옹했고, 라셈은 마지막까지 동료를 꼭 끌어안으며 감동을 나눴다.
라셈에게 선물을 건네는 선수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라셈에게 선물을 건네는 선수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마지막까지 환한 미소를 보이던 라셈은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의 나라에 대한 애정이 컸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기에 이별의 순간이 더 애틋했다. 팬들도 마지막까지 라셈의 이름을 부르며 떠나는 라셈을 아쉬워했다.

라셈은 서남원 전 감독이 진작에 교체를 검토했고, 서 전 감독이 물러날 때 이미 달리 산타나와 계약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된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최근 구단이 큰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라셈의 교체는 불가피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포옹하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포옹하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팬들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팬들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많은 선수가 아쉬워했지만 특히 누구보다 아쉬워한 사람은 통역 최혜림씨다. 최씨는 이날도 라셈 곁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가까이에서 항상 함께했기에 이별하는 마음이 더 아팠다.

라셈은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최씨와 짧은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구단에 따로 요청했다. 여행이 끝나는 대로 다음주에 미국으로 돌아간다.
눈물을 글썽이며 코트를 떠나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눈물을 글썽이며 코트를 떠나는 라셈.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드래프트 당시부터 한국계 미녀 선수로 큰 관심을 받았던 라셈은 다른 선수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팬들도 ‘빛나’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라셈에게 큰 사랑을 보냈다. 이날도 많은 팬이 라셈을 향한 응원문구로 라셈과 함께했다.

비록 아쉬움을 남겨둔 채 마지막 경기를 끝냈지만 라셈은 한국에서 다시 볼 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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