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디어담당관 신상정보 몰라 許감독 “그리스전 출전 가능할 수도”
‘라이언킹’ 이동국(31·전북)이 졸지에 ‘비밀병기’가 됐다. 8일 남아공 더반의 훈련장에서 만난 그리스축구협회 미디어담당관 마이클 자피디스는 이동국을 몰랐다.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와 “한국에 부상 선수는 없는가?”라며 전력을 탐색하던 그는 이동국과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언급하자 “이 뭐라고요(What LEE)?”라고 되물었다. 전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주전급 스트라이커라고 하자 눈이 커지며 “정확한 부상상태가 어떠냐, 오늘은 정상훈련을 소화했느냐.”며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스펠링을 써달라고 수첩을 들이밀기도 했다. 물론 그리스 코칭스태프는 이동국을 알겠지만, 미디어 담당관이 상대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를 모른다는 건 다소 의외다. 최소한 그리스 팀 내에서 이동국에 대한 경계심이 덜한 것으로 짐작되는 장면이었다.그리스는 얼마전 “한국과 북한이 스타일이 비슷한 만큼, 실수를 줄이고 북한 평가전 때처럼 경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밝힌 적도 있어 전력분석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허정무 감독이 그리스전에서 이동국을 ‘깜짝 카드’로 낼 가능성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7일 밤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경기장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 앞서 “이동국이 많이 올라왔다. 그리스전 출전도 조금은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동국도 “그리스전까지 몸을 100%로 만들겠다. 지금은 그리스전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강팀들이 경쟁하는 월드컵에서 득점기회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한 번의 찬스에도 결정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높게 올라오는 무의미한 크로스보단 약속된 플레이로 문전 앞에서 날카롭게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겠다.”고 다짐했다.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벅지 뒷근육을 다친 뒤 재활에 매진해 왔다.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지만, 허 감독은 부담을 무릅쓰고 이동국을 최종엔트리(23명)에 포함시켰다. 박주영(AS모나코) 외에 뚜렷한 해결사가 없는 상황에서, 장신 수비수를 끌고 다닐 수 있는 이동국의 존재는 절실하다. 이동국은 남아공 도착 후부터 정상훈련을 소화하며 12년 만의 본선무대에 청신호를 밝혔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6-09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