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Q여사에게 (2)아무도 모르는 짝사랑의 상심, 하지만…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12. Q여사에게 (2)아무도 모르는 짝사랑의 상심, 하지만…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입력 2014-12-19 16:37
업데이트 2015-01-05 18: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그 분 말고 제가 사랑하고 또 결혼할 결심이 서 있는 남성이 따로 있으니 큰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분에게 아무런 사고도 없이 헤어질 수가 있을까요. 그 분은 약까지 준비해 두었대요. 정말 죽을까요?”

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2)아무도 모르는 짝사랑의 상심, 하지만…

[Q여사에게] 약먹고 죽겠다는 남자

22세의 직장 여성이에요. 오래 전에 한 동네에 사는 남성에게서 사랑의 편지가 왔기에 냉정히 돌려보냈습니다. 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애정 고백을 해 온 것입니다. 그러자 그 남성은 방랑의 길을 떠나고 타락했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저는 겁이 나서 마음을 잡아주려고 고백을 받은 지 1년만에 만나 주었습니다. 이제는 마음도 잡은 것 같아요. 그만 만나자고 말을 꺼내면 그 분은 죽는 게 낫다면서 울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분 말고 제가 사랑하고 또 결혼할 결심이 서 있는 남성이 따로 있으니 큰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분에게 아무런 사고도 없이 헤어질 수가 있을까요. 그 분은 약까지 준비해 두었대요. 정말 죽을까요? <충북 청주에서 Y녀>

이미지 확대
값싼 동정심 발휘하지 마세요

당신 같이 어리석고 마음이 쓸 데 없이 착한 여성 때문에 세상의 공연한 말썽거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용기로 거절하고 1년이나 참았습니까. 1년 동안 식힌 그 남성의 마음을 공연스레 다시 불태워 놓고 지금은 또 헤어지고 싶다고요? 죽고 싶으면 그 남성은 1년 전에 죽었겠지요. 지금 만일 죽는다면 당신이 죽도록 사랑스러워서가 아니고 당신같이 어리석은 여자에게 사랑을 우롱당한 것이 분해서일 것입니다. 당신 아니면 죽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당신 자신 이외에는 없음을 명심하세요. 사고가 조금 나든 말든 지금이라도 그 남성의 진심을 우롱하는 짓은 단념하고 헤어지세요. 그리고 ‘인심 좋은 과부, 시아버지가 열둘’이라는 속담을 당신은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당신이 진실로 사랑한다는 그 남성과의 결합 후에라도 당신의 그 값싼 동정심이 함부로 발동했다간 큰 일이니까요. <Q>

-선데이서울 1969년 8월17일자

▒▒▒▒▒▒▒▒▒▒▒▒▒▒▒▒▒▒▒▒▒▒▒▒▒▒▒▒▒▒

[Q여사에게] 그이는 내마음 몰라줘

19세의 여학생입니다. 21세의 남성과 교제하고 있는데 성격이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나는 그사람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불안해서 꼼짝을 못합니다. 음악을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영화를 봐도 건성입니다. 식탁에 마주 앉으면 식욕을 잃어버려 물만 마시고 맙니다. 그런데 그 분은 반대로 끝없이 떠들어대고 식욕도 굉장합니다. 자기 몫을 먹고는 내 몫까지 처분해 버립니다. 그가 나처럼 나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제멋대로 할 수 있을까요? 그도 마땅히 불안을 느껴야 하고 아귀처럼 먹어대기보다는 나에게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요? 나는 짝사랑인가요, 그 분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요. 궁금해 못 견디겠습니다. <서울 갈현동에서 원>

[선데이서울]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선데이서울]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당신이 오히려 리드를

미스원의 고민은 짐작할만 합니다. 그러나 떠들어대고 아귀처럼 먹어대는 것과 사랑과는 별 관계가 없으니 우선 안심하세요. 그보다는 미스원께서 좀더 가벼운 기분으로 그 분을 대하도록 해보세요. 그 분이 혼자 떠들어대는 것은 미스원이 너무 불안하고 심각한 얼굴로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탈피하려고 이것 저것 얘기를 터뜨리는 것입니다. 우선 미스원도 그 분의 얘기에 자기 의견을 주장해 보세요. 화제를 적당히 돌려도보고 만나는 장소도 바꿔보세요. 항상 듣는 편에 서기보다 이따금 명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이쪽에서 리드도 해보세요. 불안감이 가실 것입니다. 그러면 미스원도 그 분처럼 식욕도 왕성해지고 명랑하게 사귈 수 있을 것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7월 2일자

▒▒▒▒▒▒▒▒▒▒▒▒▒▒▒▒▒▒▒▒▒▒▒▒▒▒▒▒▒▒

[Q여사에게] 그 소녀와 친해지려면?

고교를 갓 졸업한 소년입니다. 지난 2월부터 그녀와 냉전이라면 너무나 긴 냉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 얼굴을 대하면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었습니다. 그녀와 어떤 일이 발단이 되어 이렇게 돼 버렸는지 저 자신도 자세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저를 싫어할 하등의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저를 먼저 피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도 아니랍니다. 여기서 그녀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언니네 집에 와서 있는 16세의 소녀입니다. 키 크고 조숙한 소녀예요. 매일 매일 얼굴을 대하노라면 가슴만 괴로울 뿐입니다. 예전처럼 편안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정>

좋은 구실을 만들어보세요

소녀가 갑자기 소년에게 연정을 느껴서 당황한 끝에 피하고 외면하기로 결심한 걸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2월부터 일어난 모든 일이 이해될 테니까. 그런데 소년은 그런 눈치도 모르고 흘끔 흘끔 쳐다만 보고 있으니 소녀는 더욱 속이 상해지고 어쩔 줄을 모르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내성적인 성격이라니까 좀 힘은 들겠지만 예전과 조금도 다른 일이라곤 없었다는 듯이 행동해 보세요. 한 두 번 피하는 일을 당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옛날 만큼 친근한 태도로 말을 걸어 보세요. “단추가 떨어졌는데 바늘실 좀 빌려 줄래?” 하는 따위의 애교 있는 구실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Q>

-선데이서울 1969년 6월 22일자

▒▒▒▒▒▒▒▒▒▒▒▒▒▒▒▒▒▒▒▒▒▒▒▒▒▒▒▒▒▒

[Q여사에게] 10년 사귄 선원 때문에

올해 32세인 이른바 ‘하이 미스’입니다. 독신주의여서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벌어 먹여야 할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결혼하자고만 하면 당장이라도 허락하고 싶은 남자가 한 사람 있기는 합니다. 10년 전에 처음 사귀어 1년에 겨우 4~5차례씩 만나 온 그 남성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선원이어서 1년중 8, 9개월을 해외에서 보냅니다. 나머지 4, 5개월도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근무합니다. 우리가 겨우 4~5차례씩 만나게 되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이때껏 고백다운 고백을 서로 한 적은 없지만 그가 나를,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고 못잊어 하는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한번도 결혼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10년간 그의 ‘청혼’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편지도 서로 보내는 일이 없고 이제 잊어야겠다고 단념할만 할 때 한번씩 해외에서 도착한 그의 편지가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요즘 저의 집에서는 신랑감을 줄줄이 갖다놓고 강제결혼이라도 시킬 기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먼저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기에는 어쩐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서울 영등포에서 황>

적극적으로 나가셔요

시시한 자존심을 버리고 이편에서 적극적으로 나가기를 권합니다. 당신의 글로 보아 그는 1년 중 8, 9개월이나 해외에서 보내는 직장생활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진정으로 이 남자 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면 대담하게 결혼신청을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물론 연중 4~5개월만 같이 있는 부부생활을 감당할 만한 각오는 서 있어야겠지요. 10년이나 끌어온 두분의 연애라니까 그것쯤 문제야 없겠지만. <Q>

-선데이서울 1969년 9월 28일자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