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 코앞인데… 탄소배출량 통계도 못 냈다

ESG 공시 의무 코앞인데… 탄소배출량 통계도 못 냈다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23-08-22 00:08
업데이트 2023-08-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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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ESG 준비 ‘발등의 불’

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ESG보고서 낸 기업 상당수가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 없어
협력 업체까지 공시 관리 필요
대한상의 “도입 일정 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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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정량화해야 한다는 규정에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홈플러스가 지난 6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대나무 천연 펄프로 만든 ‘착한 대나무 시리즈’ 2종을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정량화해야 한다는 규정에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홈플러스가 지난 6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대나무 천연 펄프로 만든 ‘착한 대나무 시리즈’ 2종을 선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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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첨단소재는 최근 협력사를 대상으로 제품 생산 및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에너지를 정량화하는 이른바 환경영향평가(LCA) 산정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등의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 강화에 발맞춰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공시가 의무화되는데 이를 대비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2030년에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되며, 상장사들은 가치사슬에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효성첨단소재 등 대기업들이 협력사까지 챙기고 나서는 이유다.

문제는 국내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ESG 보고서를 낸 상장사의 상당수가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조차 못 했다는 점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00대 기업(2022년 12월 말 기준) 중 ESG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지난달 말 현재 151곳으로 75.5%에 달했다. 지난해 111곳에 견줘 기업수는 40곳, 공시율은 20% 포인트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하면 ESG 보고서 발행 기업은 2020년 38곳에서 2021년 78곳, 2022년 131곳으로 해마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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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정량화해야 한다는 규정에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LG이노텍 직원들이 지난달 ESG 경영 성과를 거둔 ‘2022-2023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정량화해야 한다는 규정에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LG이노텍 직원들이 지난달 ESG 경영 성과를 거둔 ‘2022-2023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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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보면 철강·기계업은 100% 보고서를 발간했다. 물류·무역업(94.1%), 건설·조선업(91.7%)도 대부분 ESG 보고서를 만들었다. 반면 전문기술(30.7%), 비금융지주(60.0%), 은행·증권·카드업(62.5%)은 전체 평균 공시율이 75.5%인 점에 비춰 정보공개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ESG 보고서에 담아야 하는 ‘스코프3’에 해당하는 상당수 기업은 난감한 지경이다. 스코프1(S1)은 보일러나 차량 가동 등에 따라 기업에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2(S2)는 건물 냉난방을 위해 구매한 전기나 에너지 생산 과정 등에 의해 기업에서 간접 발생하는 배출량을 다룬다.

스코프3(S3)의 경우 한 기업을 넘어 그 기업이 이익을 내는 가치사슬에 있는 모든 협력사의 배출량을 책임져야 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ESG 경영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협력 업체의 데이터를 취합하기도 힘들고 설사 취합되더라도 데이터의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선 국내의 S3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기반이 충분히 갖춰진 다음에 구체적인 공시 의무화 일정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대로 실시될 경우 허위 공시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무더기 처벌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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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21일 “ESG 공시를 위해 기업들은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하에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ESG 공시 의무화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2018년부터 ESG 공시 제도를 의무화한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확정한 뒤 강화된 ESG 공시 의무를 내년 1월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도 지난해 3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후공시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SEC는 올 하반기 안에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ESG 보고서 공시 표준을 공개했다. ISSB는 주요 140개국이 재무 보고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제재무보고기준(IFRS)의 산하 조직이다.

ISSB 표준은 IFRS S1 및 IFRS S2로 구성됐다. IFRS S1은 기업이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직면한 지속 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보고 규칙이다. IFRS S2는 특정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다루며 IFRS S1과 함께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협력 업체 등의 탄소 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S3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인 ISSB 기준을 반영할 필요는 있지만 국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주요국의 도입 사례 등을 살펴본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도입하자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업이 공개한 ESG 보고서에 적용된 기준 역시 제각각이었다. 기업은 ESG 정보공개보고서의 네 가지 국제표준(UN SDGs·GRI·SASB·TCFD)을 산업별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혼용했다. 따라서 거래소에 ESG 보고서를 공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시 단계부터 적용할 간소화 기준을 마련하고 핵심 의무 항목을 선별해 사업 보고서 공시 항목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제훈 전문기자
2023-08-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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