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세상 추임새] 공직과 대학의 관료문화

[박명재 세상 추임새] 공직과 대학의 관료문화

입력 2011-07-21 00:00
업데이트 2011-07-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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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우리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조직과 집단으로는 대학과 공직, 대학교수와 공무원을 들 수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대학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나는 관료주의라는 관점에서 대학과 공직사회 그리고 대학교수와 공무원들을 비교론적 시각에서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여기서 관료주의란 대규모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서 나타나는 합리성과 비합리성, 순기능과 역기능, 특정의 행동양식 내지 의식상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하면 되겠다.

무엇보다 대학과 공직사회 모두 사회변화에 참 더디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는 이미 철밥통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와 경직성의 상징이 되어 있으며, 사회변화를 가장 먼저 선도하고 주창해야 할 대학사회 역시 그들의 주장, 이론과 달리 발빠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논쟁을 피하기 위하여 유명한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려보면, 선진국인 미국사회도 똑같은 현상에 처해 있다. 그는 미국 내 한 조직과 집단의 변화 속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하여, 기업은 가장 이상적인 인터넷 속도인 100마일, 전문가 조직과 집단은 90마일, 미국 정부의 규제는 40마일, 공무원조직은 30마일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교육이란 차는 불과 1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경우 교육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제도, 초·중·고등교육과 그 종사자 모두를 총칭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대학과 대학구성원들의 변화 속도 역시 이 범주에 머무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공직사회의 변화가 더딘 것은 공무원들의 보신과 안일주의 등 행태적 요소와 더불어 관련 법률의 개정, 예산 조치, 관계기관과 이해당사자 간의 협의·조정 등 시간을 요하는 물리적 측면이 있지만, 대학사회에도 부처 간 이기주의 못지않게 대학과 과 간에 만만찮은 할거주의가 있다. 극단적으로 학교나 단과대학의 발전보다 자기 과의 운명에 더 사활을 거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공직사회보다 오히려 더 심한 소통·개방의 부재를 실감하게 된다.

몇십년째 똑같은 강의 노트를 가지고 강의를 한다는 전설적인 교수 얘기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일방전달식 교수 방법과 도제제도 못지않은 교수 사회의 지나친 경직성은 공직사회의 엄격한 상하관계를 떠올리게 하고, 학교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전근대적 관여와 간섭은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지시·감독과 비슷하다.

이 같은 대학과 공직사회의 경직성, 느린 속도감은 우리사회 전체의 변화를 느리게 하는 주범이 된다. 시속 10~30마일 속도로 엉금엉금 달려가는 자동차는 다른 차의 흐름에 큰 장애가 되는 동시에 낮은 연비로 연료를 크게 소모한다. 즉, 더딘 정부 규제와 경직된 공무원들이 앞서가는 민간부문의 발목을 잡게 되고,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변변한 취업교육 하나 제대로 못 시키는 대학교육에 대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외쳐댄다.

문제는 어떻게 이 공직과 대학사회를 쇄신하고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자명하다. 공직과 대학 구성원인 공무원과 대학교수들은 누구보다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서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공감하고 있으며 변화의 대상과 당위성, 그 방법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의지와 실천의 문제만 남는다. 그런데 공직과 대학은 그 특성상 유능한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들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실천할 때 그 실효성이 확보된다. 그들은 대통령이나 장관, 총장의 지시를 듣고 쉽사리 피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리더의 합리적인 조직 경영 방식과 올바른 조직 쇄신 방향에 대한 자기 확신과 동조·공감이 형성될 때 비로소 변화의 불길을 지피고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직과 대학의 구성원 스스로가 쇄신의 절박성과 긴박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이대로 머뭇거린다면 자칫 반값 봉급, 반값 등록금 이상의 더 호된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2011-07-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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