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문장도 검소하게 예전 그대로
전용 리무진이 아닌 버스를 이용하고 호텔 숙박료도 직접 계산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한 그만의 스타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특히 날이 갈수록 전임 베네딕토 16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가 어떤 점에서는 전임 교황의 제왕적 스타일에 대한 무언의 비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업무 첫날 자신을 ‘로마 대주교’라고 지칭했다.
자신도 다른 성직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군림하는 교황이 아닌 친근한 교황이 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베네딕토 16세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사전 준비 없는 즉흥 연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간) 첫 삼종 기도를 집전하기 전에는 예고 없이 바티칸 거리로 나가 신도들과 악수를 하고 어린아이에게 농담도 건넸다.
카리스마 넘쳤던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소탈한 교황의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론 베네딕토 16세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발언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가 보여준 제왕적 스타일을 몸소 부정함으로써 다른 추기경들에게 깊은 인상을 줌과 동시에 전임 교황의 단점까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신학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8년 전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05년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와 철저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훌륭한 신학자이기는 했지만 교황은 신학자와는 다르다”며 “역사는 그를 교회 전체를 대변한 교황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문장과 ‘어부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 반지도 가장 단순한 스타일로 선택, 검소한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공식 문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사용한 문장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방패 위에 있는 추기경을 상징하는 모자가 주교관으로 대체되고 교황을 상징하는 열쇠가 추가됐다.
파란색 방패모양의 중앙에는 밝게 빛나는 태양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는 예수회의 상징이자 예수를 그리스어로 표시한 IHS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태양 왼쪽 아래쪽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별이, 오른쪽에는 성 요셉을 상징하는 포도송이 같이 생긴 나르드 문양이 그려져 있다.
공식 문장 아래에 적힌 글귀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쓴 것과 같은 ‘자비로서 부름받았다’는 의미의 ‘miserando atque eligendo’가 그대로 사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