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신경전 지속할 듯..스노든 ‘홍콩 활동’ 주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됐던 사이버 해킹 문제와 관련해 “중국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측이 군부를 중심으로 미국의 주요 정보망에 대한 광범위한 사이버 해킹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자 곧바로 반격을 가한 것이다.

당시에는 미국의 공격에 역공을 가한 것으로만 해석됐다.

하지만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운용하는 전 세계 첩보 감시망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12일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NSA가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고 폭로하면서 시 주석이 구체적인 증거를 사전에 인지하고 정상회담에 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노든이 폭로하기 이전에 이미 중국 측이 미국의 사이버 해킹 공격과 관련된 추적작업을 벌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국제사회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모두 사이버 해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것이다.

양국이 서로를 겨냥해 벌인 사이버 해킹 사례를 보면 충격적이다.

미국은 최근 전방위로 중국발 사이버 공격을 문제 삼고 나선 터였다.

미국 국방부는 5월 발간한 ‘2013년 중국 군사·안보 태세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연방정부 기관 등을 상대로 중국 정부와 군이 사이버 해킹에 직접 나선 것으로 지적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언론들은 최근 중국군에서 고용한 해커들이 30여 개 미국 무기 시스템에 침입해 자료를 빼내갔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사이버 해킹에 적극적이었다.

스노든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지난 10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NSA에 해킹업무를 담당하는 특수작전실(TAO)의 존재를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린폴리시는 메릴랜드주에 본부를 둔 NSA 본부 건물의 외진 곳에 위치한 TAO에는 1천여명 정도의 컴퓨터 해커와 하드·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등이 근무하면서 중국의 컴퓨터와 통신시스템에 15년에 걸쳐 침입해 핵심정보를 빼냈다고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시 주석이 이런 내용을 사전에 알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시 주석이 ‘서부의 캠프데이비드’라는 서니랜즈에 있는 숙소 대신 인근의 호텔에서 묵은 것도 미국의 도청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을 상대로 사이버 해킹 문제를 고리로 강하게 압박하려던 계획은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이 문제에서 강한 역공을 허용했고, 곧이어 스노든의 ‘중국 해킹’ 폭로로 인해 수세에 몰린 쪽은 미국이 돼버린 형국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향후 사이버 해킹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에 첨예한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된 스노든이 폭로전 무대로 중국의 영향권인 홍콩특별행정구를 택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은 조만간 공동위원회를 열어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나가기로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양국이 벌일 신경전의 양상이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