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뿐이겠나’ 첩보전에 이용된 동물들 어처구니없는 얘기들

‘돌고래 뿐이겠나’ 첩보전에 이용된 동물들 어처구니없는 얘기들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05 13:02
업데이트 2019-05-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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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벨루가 돌고래가 살인 면허를 갖고 있다고 이죽댔다.
영국 BBC는 벨루가 돌고래가 살인 면허를 갖고 있다고 이죽댔다.
최근 노르웨이 어민들과 과학자들에게 발각된 벨루가 돌고래만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자만심, 냉전 시대나 탈냉전 시대나 적을 꺾기 위해 동물을 이용해도 된다는 경쟁의식의 본류는 바뀌지 않는다.

훈련된 스파이라면 자신을 스파이처럼 보이게 해선 안될 일인데 카메라를 앉힐 수 있는 벨트를 온몸에 휘감은 이 돌고래는 완전 초보들이나 할 실수를 범해 정체가 탄로났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왔다는 사실을 적시한 라벨까지 붙이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돌고래는 한사코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 웃겼다.
방송이 전한 첩보원 동물들을 소개한다. 먼저 자신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 동물의 대표 격인 고양이가 첩보전에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그들이 뛰어난 암약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1960년대 1400만 달러를 들여 고양이 귓속에 감청 장비를 숨기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하룻만에 실패했다. 워싱턴 주재 소련 대사관 밖에까지 자동차로 옮겨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내려 했는데 고양이가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렸다.
조용히 움직이고 어두움에 익숙한 박쥐야말로 첩보원에 제격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한 치과의사가 백만 마리의 박쥐에다 작은 방화 장치를 숨겨 일본 도시들에 침투시키자고 제안했다. 각자 건물까지 골라 가미가제 식으로 폭발해 큰 화재를 일으키게 만들어 적을 교란시키자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했는데 비행기 안에 매달려 있던 행거에 불이 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세 번째로 인간에 의해 이용당한 동물은 파리다. 영어 속담에는 ‘벽의 파리가 다 듣는다’가 있는데 그 교훈을 충실히 좇은 것이다. 2008년 미국국방선진연구 프로젝트 에이전시 과학자들은 사이보그 곤충을 개발해 신경망에 전선줄을 넣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비슷한 연구는 상어, 쥐, 비둘기를 상대로도 여러 차례 진행돼 성공 정도가 제각각이었다. 지금은 진짜 벌레처럼 보이는 작은 도청장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비둘기,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은 돌고래를 이용해 수중 수색을 쉽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들 무고한 동물들은 이따금 엉뚱한 곳에서 적에게 발각되곤 했다. 2007년 이란 육군은 우라늄 농축시설 근처에서 14마리의 스파이 다람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녀석들이 무슨 일을 꾸몄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조류도 첩보기관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게 만드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2013년 이집트 당국은 황새 한 마리를 첩자로 검거했다고 발표했는데 프랑스 과학자들이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패키지와 알람 장치를 매달았다고 밝혀 망신살이 뻗쳤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하틀풀 유나이티드의 팀 마스코트는 행거스 몽키스다. 목 매달아 처형해놓고 팀 마스코트로 또 부려 먹고 있다. PA 통신 자료사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하틀풀 유나이티드의 팀 마스코트는 행거스 몽키스다. 목 매달아 처형해놓고 팀 마스코트로 또 부려 먹고 있다.
PA 통신 자료사진
첩자로 의심받는 일은 충분히 나쁜 일이지만 적어도 황새나 다람쥐들은 목숨은 건졌다. 그런데 불쌍한 하틀풀 원숭이는 조금 달랐다. 나폴레옹 시대에 영국 북동부 더럼주의 해안 마을 하틀풀에 프랑스 배가 좌초했을 때 하틀풀 사람들은 원숭이를 생전 처음 구경했다. 적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오해가 빚어져 영국인들은 원숭이가 프랑스인들의 첩자라고 생각해 해변에서 목 매달아 처형해 버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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