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日공연계 위협…뮤지컬도 시작단계”

“한류 열풍, 日공연계 위협…뮤지컬도 시작단계”

입력 2011-07-21 00:00
업데이트 2011-07-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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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쇼치쿠社 ‘한류 뮤지컬’ 총괄팀장 인터뷰

“한류 열풍은 1세대인 ‘겨울연가’ 등 드라마 장르에 이어 케이팝(K-POP)으로 번지고 있어요. 뮤지컬도 시작 단계라고 봅니다. 일본 공연계에선 한류 열풍을 분명 위협으로 느끼고 있죠.”

일본의 대형 공연 제작사인 ‘쇼치쿠’가 한류 뮤지컬 수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교토에서 한국의 창작 뮤지컬 ‘궁’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10월 ‘미녀는 괴로워’를 오사카에서 공연한다.

쇼치쿠에서 해외 공연 개발을 총괄하는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팀의 히시누마 타에코(54) 팀장은 ‘미녀는 괴로워’ 제작사인 CJ E&M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21일 대학로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케이팝이 일본에서 크게 유행 중이고 인정받는 단계라 한국 뮤지컬을 받아들일만한 토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 뮤지컬은 스타 캐스팅이 잘 돼있고 앙상블(조연 배우)이나 무대 연출, 음악 창작이 훌륭하다”고 분석했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쇼치쿠는 도쿄와 오사카 등에 전용 극장 4곳을 두고 일본 전통극인 가부키와 연극 공연을 주로 올려왔다. 뮤지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일본에 한류 뮤지컬 시장이 막 생성된 단계라 체계적으로 공연을 들여올 만한 시스템이 필요했죠. CJ E&M과 3년 단위로 MOU를 체결했고 연장 여부는 검토할 겁니다. 한국 뮤지컬은 노래와 춤의 수준이 높아요. 당장 일본에 팬들이 많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아닌 한국 뮤지컬을 들여가기로 한 이유는 뭘까.

”사실 비용 측면에서 영국이나 미국 공연을 수입하는 것보다 확실히 싸긴 하죠. 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비용보다는 물류비용이 절감됩니다. 한류 가수들의 팬미팅이나 콘서트를 본 일본 사람들이 주축이 돼 새로운 장르인 뮤지컬을 보고 싶어할 것으로 전망해요.”

히시누마 팀장은 한류 열풍이 일본 공연계에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세대 한류는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 장르였고 최근에는 케이팝이 유행하면서 2PM, 카라, 소녀시대 등 아이돌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동방신기 행사에서는 엄마 세대인 아줌마 팬들이 ‘오빠, 오빠’ 외치는 것에 깜짝 놀란 적이 있죠. 한류팬은 주로 주부와 직장여성인데 한국 뮤지컬도 이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 같아요.”

그는 1990년대부터 7차례가량 한국을 방문해 꾸준히 한국 뮤지컬을 관람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뮤지컬 ‘궁’을 들여왔는데 처음엔 SS501 멤버가 출연하는 날에 주로 티켓이 팔렸어요. 하지만 나중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배우의 공연일에도 티켓이 많이 팔렸죠. 작품이 좋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케이팝 스타외에도 한국의 전문 뮤지컬 배우도 본격적으로 소개할 기회가 올 것으로 봐요.”

히시누마 팀장은 한국의 뮤지컬 제작 환경이 “일본에 비해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대학로에 100개가 넘는 극장이 있다면서요? 놀랍습니다. 한국 뮤지컬은 소극장에서 시작해 중극장과 대극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스템이 훨씬 건전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엔 창작 뮤지컬 비율이 상당히 적은데, 작품 개발 비용이 비싸서 그렇겠죠.”

일본 관객들 사이에선 뮤지컬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는 것이 오히려 “멋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일본어는 한 단어에 많은 음절이 들어가서 가사로 녹이기 어렵고 리듬을 타는 데도 한계가 있죠. 일본 사람들은 감정 표현에도 익숙하지 않아 무대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면 쑥스러워 해요. 한국 뮤지컬은 음악이 밝고 노래와 춤, 무대가 화려해 기대하는 관객이 많을 겁니다. 앞으로도 밝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 위주로 한국 뮤지컬을 소개할 생각이에요.”

그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제작 일정이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정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극장에서 공연 대관 일정을 잡을 때 보통 2년 전부터 확정해요. 하지만 한국은 좀 느린 것 같아요. 캐스팅 같은 부분이 공연 직전까지도 정해지지 않는 것은 문제점이 좀 있죠.”

히시누마 팀장은 일본 공연 제작사들도 한국처럼 해외 시장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시장도 작은데 이렇게 많은 작품이 올라오는 걸 보면 놀라워요. 일본은 시장이 커서 해외 진출에는 관심이 많이 없었죠.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 업계처럼 외국 무대 진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2008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를 여주인공으로 발탁해 오는 10월 오사카 쇼치쿠좌에서 5주간 공연할 예정이다. CJ E&M은 쇼치쿠와 손잡고 매년 1~2개 작품을 일본에 소개할 예정이며 차기작으로는 DJ DOC의 히트곡을 엮은 ‘스트릿 라이프’가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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