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9) 혼자서도 당당한 ‘물닭’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9) 혼자서도 당당한 ‘물닭’

입력 2011-11-16 00:00
업데이트 2011-11-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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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철새와 달리 나홀로 생활 ‘왕따’ 걱정했더니 색시도 생겼네

이름부터 촌스러운 ‘물닭’. 처음 이 녀석을 발견한 건 재작년 겨울이었다. 동물원에 근무한다는 직업의식 때문인지 나는 바깥 동물에도 저절로 눈길이 갈 때가 많다. 남들이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동물들도 내 눈에는 모두 요술처럼 보인다. 그리고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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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새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휴식을 핑계 삼아 철새 도래지인 전남 순천, 강진, 해남 같은 곳으로 열심히 탐조(探鳥) 여행을 다니게 된 이유였다. 그 결과 새들의 이름 정도는 개략적으로 알게 됐다. 운 좋게 우리 동물원의 겨울 저수지에는 해마다 원앙,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이 찾아든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날마다 그 녀석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이 녀석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맞다. 그 녀석과 같은 수많은 뜸부기과의 새들이 바로 그 이유로 인간에게 거의 멸종을 당했다. 이 녀석은 이름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닭과 같다. 유선형의 날씬한 다른 물새들과 달리 통통하고 둔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남들 다 날아갈 때에도 혼자서 물 위에 동동 떠 남아 있다.

이런저런 약점을 갖고 있지만, 물갈퀴가 달린 발 모양이라든지 물속에 자맥질해 들어가 사냥하는 솜씨는 분명 야생의 물새임을 충분히 보여 준다. 모양이 앙증맞다 보니 하는 짓이 마냥 귀엽게 보인다. 새까만 몸에 유난히 하얀 부리는 세련된 감각미까지 연출한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철새들이 무리 없이 홀로 사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특히 이렇게 단점을 많이 가진 녀석들은 무리 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혼자라니. 짧은 지식으로 추측해 보건대 아마 녀석은 모험심이 특별히 강할 것이다. 마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남들과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물, 바로 그 종의 진화를 이끄는 그런 특이한 동물들 중 하나다. 무리에서 ‘왕따’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구김살 없이 잘 지내고 해마다 다시 찾아오는 걸 보면 참 대견하다. 다행히 청둥오리 무리와는 마찰 없이 잘 어울려 지낸다. 낮에는 그들 사이에 끼어 자맥질도 하고, 같이 떠다니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보금자리인 수양버들 밑으로 와 혼자 덩그러니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봄이 되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우리 동물원에는 겨우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늘 있는 이 녀석을 눈여겨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사람 눈에는 대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녀석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혼자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라든지, 낯선 이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들. 일생 내내 내가 잘하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그를 통해 다시 깨닫고 배운다. 올해는 녀석이 드디어 색시를 데리고 왔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2011-11-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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