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고 F-5E조종사, 피해줄이려고 ‘공중 사투’

지난달 사고 F-5E조종사, 피해줄이려고 ‘공중 사투’

입력 2013-10-18 00:00
수정 2013-10-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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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불량 기체 1시간10분 30여회 선회 조종하며 연료소모

지난달 26일 훈련을 위해 청주기지를 이륙한 뒤 추락한 F-5E 전투기 조종사 이호준(32·학군33기) 대위는 추락으로 인한 민가 피해를 줄이고 기체를 살리기 위해 1시간 가량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공군의 사고조사 발표에 따르면 이 대위는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부터 기수가 급격히 상승하며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이 대위는 기수를 바로잡으려고 조종간을 최대한 앞으로 당기면서 조종석의 계기를 계속 확인했으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전투기가 이륙 직후부터 비정상으로 비행하자 청주기지 지휘관들은 관제탑으로 집결했고, 성일환 공군참모총장도 계룡대 공군본부 지휘통제실로 이동해 상황을 지휘했다.

기지에서는 기수 상승으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없게 된 이 대위를 위해 즉각 근처에 있던 항공기(추적기)를 접근시켜 이 대위를 돕도록 했다.

추적기는 사고기가 활주로에 비상착륙하도록 이 대위에게 비행 속도와 고도, 기체 상승각도 등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면서 4차례 비상착륙을 유도했다. 그러나 수평 꼬리 날개를 조종하는 장비의 나사가 빠져 꼬리 날개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기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패했다.

이 대위는 추락에 대비해 지상 폭발과 화재 범위를 줄이기 위해 연료통의 연료를 최대한 소모해야 한다고 판단, 공중에서 1시간10여분 동안 30여 회를 선회 비행했다.

기수가 들려 있고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기체를 최대한 안정시키려고 오른손으로 조종간을 1시간10여 분 움켜잡았다고 한다.

이 대위는 민가를 피해 청주기지 북동쪽의 두태산 지역까지 비행한 후 기체가 공중으로 수직으로 상승하도록 조종간을 놓은 채 탈출했다. 공중으로 치솟은 전투기는 연료가 거의 소모되면서 양력을 상실, 지상으로 떨어졌다.

추락 지점은 민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이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으나 다행히 민가 피해는 없었다.

탈출한 이 대위는 낙하산을 폈으나 조종간을 잡다가 힘을 모두 소진해 혼절했다고 한다. 이를 본 지상 지휘관들은 발을 동동 굴렀으나 천만다행으로 정신을 차렸고 지상에 착지한 뒤 다시 혼절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눈을 뜬 이 대위는 “민가 피해는 없었느냐”고 먼저 물었다. 지난 2006년 임관한 이 대위는 2007년 12월부터 F-5 계열의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다. 총비행시간 668시간 중 F-5 계열은 501시간이다.

공군은 이 대위의 군인정신을 높이 평가해 표창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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