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입력 2012-03-10 00:00
업데이트 2012-03-1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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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첫 특수교육총연합회장 김양수 한빛맹학교 교장

“세상에 공짜 빵은 없습니다.” 최근 치러진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양수(45) 한빛맹학교 교장이 평소 학부모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김 교장은 9일 치러진 선거에서 73%의 압도적인 지지로 전국 155개 특수교육학교와 특수교육교사 1만 7000여명의 대표가 됐다. 장애인이 특수교육총연합회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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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한빛맹학교 교장
김양수 한빛맹학교 교장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고1때 시력 잃어

김 교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눈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눈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안경을 맞추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 질환임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몰랐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실명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시력이 손상돼 더듬거리며 다니는 그를 ‘박쥐’라고 놀려 댔다.

가혹한 운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3살 터울 동생인 김용수(42) 박사도 그와 똑같은 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김 교장은 “주변 사람들은 우리 집을 ‘마가 낀 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친척들은 연락을 끊었다.”면서 “낙담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동반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게 실패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시력을 완전히 잃은 김 교장은 한빛맹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한빛맹학교에 교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동생인 김용수 박사도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에 입학해 국내 첫 시각장애인 이공계 박사가 됐다.

김 교장은 2003년 한빛예술단을 만들어 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하면 ‘안마’를 연상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TV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3회 연속 우승한 김지호군, K팝스타에서 스타덤에 오른 김수환군도 모두 이런 교육의 성과물”이라고 자랑했다. 한빛예술단은 현재 80명의 단원이 15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고, 2010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장애인문화예술 분야 첫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특수교사 99.9%는 사명감 갖고 일해”

김 교장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환부는 깔끔하게 도려내야 하겠지만 99.9%의 특수교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도가니 사건으로 떨어진 특수교사들의 사기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노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장애인 직업교육도 바꾸고 싶어 했다.

“시각장애인도 변호사가 되고,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 개편과 지원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교총과 마찬가지로 교섭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장애인 정책의 요체는 시혜가 아니라 자립 지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굿윌이라는 장애인 기업이 군대 소모품을 생산한다.”면서 “일반 기업하고 경쟁을 하기는 솔직히 어려운 만큼 정부가 몇몇 영역을 할당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12-03-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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