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흡연의 추억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흡연의 추억

입력 2011-05-02 00:00
업데이트 2011-05-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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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시내버스나 시골 완행버스 안에서 나이 지긋한 사내가 담배를 빼어무는 풍경은 일상이었습니다. 어디 승객만 그랬나요. 운전사도 내키면 궐련을 꺼내 물고 신나게 차를 몰았습니다. 택시라고 예외가 아니었지요. 승객이 빼꼼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일라치면 기다렸다는 듯 운전사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흡연자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극장이었습니다. 관객들이 빼곡한 극장에서 뿜어내는 담배연기는 이내 영사기의 빛살을 뚫고 뽀얗게 피어올랐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극장 흡연이 영화에의 몰입에 딴죽을 걸고 드는 황당한 처사였지만 당시에는 제법 배포가 두둑하거나 겉멋에 빠진 로맨티스트라면 이런 정도는 의당 해야하는 권리 행사였습니다.

그 시절에 무슨 혐연권이나 있었나요. “내가 피우는 데 당신이 왜?”라며 눈알이라도 치뜨면 금세 할 말 궁해지곤 했는데, 요새는 다릅니다. 버스·택시도 아니고, 극장은 더더욱 아닌 한길에서조차 담배를 피우다가는 “어휴.”라는 핀잔성 항의가 화살처럼 날아듭니다. 그럴 때면 흡연자는 낯이 뜨거워 몸 둘 곳이 없게 됩니다.

사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흡연의 자유는 대체로 한 집단의 후진성에 비례합니다. 금연정책을 두고 더러는 “개인의 행위를 제도로 규제하려는 게 더 이상하다.”고 항변도 해보지만 담배의 해악을 생각하면 왠지 김 빠지는 주장인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건강입니다. 물론 모든 사안에서 건강이 항상 최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의 문제가 사회집단 전체에 부담이 된다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옳겠지요. 흡연이 개인뿐 아니라 집단의 삶의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담배는 해롭고, 끊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아예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정답입니다.

jeshim@seoul.co.kr
2011-05-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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