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빚 산더미…비우량社 도산 위험

민간기업 빚 산더미…비우량社 도산 위험

입력 2010-02-22 00:00
업데이트 2010-02-2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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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의 부채가 1천5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의 2배를 넘는 규모다.

물론, 기업 부채는 자산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투자ㆍ고용에 따른 비용 조달의 측면도 있어 부채 규모 자체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전체적인 기업의 재무 사정도 조금씩 좋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져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신용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정부의 보호조치가 머지않아 해제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비우량 기업들은 이자부담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신용 위험이 큰 기업의 부실이 확산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기업 빚..문제 없나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부채도 갈수록 늘고 있어 빚 부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민간기업 부채는 지난해 9월말 현재 1천506조4천8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년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부채 수준만 놓고 위험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기업은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자산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채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더구나 기업이 생산설비 또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인력을 고용하는 데 쓰이는 자금도 외부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많아 기업 부채 증가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도 아니다.

하지만, 시중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조만간 기준금리마저 인상되면 지나친 부채 규모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이 무거워지거나 신용위험에 빠지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우량기업의 신용위험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기업 부채 가운데 회사채 규모가 141조8천782억원에서 179조8천94억원을 26.2%나 늘어난 가운데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수익률과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차이)는 ‘BBB-’ 등급인 비우량회사채가 지난해 평균 7.72%포인트를 기록, 2008년보다 3.13%포인트나 높아져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컸다.

●재무건전성 지표 “걱정은 이르다”

물론 지표상으로 보면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가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수출이 예상보다는 활기를 띠면서 기업의 실적이 크게 좋아져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도 호전됐기 때문이다.

한은 자료를 보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94.0%였다. 부채비율이 100을 넘지 않으면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간주한다.

부채비율이 70~80%대였던 금융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편이지만,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4분기(102.6%)나 지난해 1분기(109.1%)와 비교하면 꽤 낮아진 셈이다.

차입금과 회사채를 전체 자산으로 나눈 차입금의존도 역시 21.3%를 기록, 20%를 밑돌던 2006~2008년과 비교하면 높지만, 지난해 1분기(21.7%)나 2분기(21.5%)와 비교하면 다소 나아진 모습이다.

한은 기업통계팀 조필호 차장은 “기업들이 외환 파생상품 거래 관련 손실 등으로 현금 흐름이 나빠지자 자금 차입을 늘리면서 재무구조가 잠시 나빠졌다가 차츰 안정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계기업 여전..”구조조정 고삐 죄어야”

그럼에도 기업 부실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못하는 것은 ‘기업 양극화’ 탓이다.

몇몇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지만 중견기업 규모 이하에서는 상황이 전혀 딴판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1천596여개 상장기업의 재무구조를 분석, 분석 대상의 34.9%에 해당하는 557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개념이다. 이 배율이 1 이하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데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전체 상장기업의 22%가 2년 연속 차입금이 매출액을 초과 또는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됐거나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한계기업’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도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 각종 지원책에도 한계기업이 줄지 않는 것은 제대로 돈벌이도 못하면서 간신히 연명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라며 “중견기업 이하에서는 위험이 큰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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