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수료도 돈” 알뜰투자족 는다

“펀드 수수료도 돈” 알뜰투자족 는다

입력 2010-03-10 00:00
업데이트 2010-03-1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불황기 재테크 ‘마른 수건도 짜라’

불황기 재테크의 기본 원칙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다. 글로벌 악재 등 불안한 시장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나올지 미지수인 판국에서는 당연한 원칙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푼돈’으로 치부했던 금융상품 수수료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증권시장에서는 돈의 흐름도 수수료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요즘 자금이 몰리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인공이다. 그간 투자 대세로 여겨졌던 액티브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최대 1%포인트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장에서 유리하다는 측면도 고려되고 있다.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펀드로 남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남들만큼의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하는 펀드다. 이른바 수동적 펀드다. 상장지수펀드는 인덱스펀드를 개별 종목처럼 거래소에 상장시켜 매일 거래가 가능하게 만든 펀드다. 액티브펀드의 수수료는 2~3%인데 비해 인덱스펀드는 1~2%, 상장지수펀드는 0.5% 수준이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WM(자산관리)팀장은 “펀드 수익률이 지지부진하면서 수수료에 민감한 고객들이 많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하면서 요즘같은 변동장에서 유리한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에 눈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일 현재 코스피200인덱스펀드는 4조 6411억원,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는 2조 77억원의 설정액을 기록하고 있다. 올 1월 4일 현재 각각 4조 3857억원과 1조 5333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꾸준한 증가세다. 인덱스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는 2008년 8조 2185억원으로 최대치를 나타낸 뒤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 올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액티브 펀드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펀드도 많지만 종합주가지수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펀드들도 적지않다. 펀드는 복리와 같은 형태로 투자가 되므로 한 해에 아무리 높은 수익을 내도 그 다음 해 수익률이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 장기 투자가들은 인덱스 펀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김 팀장이 예를 든 것이 세계 제1의 주식 투자가인 워렌 버핏이 2008년 벌인 ‘세기의 펀드 승부’다. 수수료가 투자상품 수익률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은 워렌 버핏은 인덱스 펀드에 가입해 프로테제 파트너스의 헤지펀드(회사가 지정한 5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와 대결을 펼쳤다. 향후 10년간 누가 수익률을 많이 낼 것인지에 대한 대결이다. 양쪽이 각각 32만 달러씩 총 64만 달러를 걸었고, 미국채에 투자해 10년 후 100만달러가 되면 승자가 후원하는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게 된다. 버핏은 헤지펀드가 올리는 10년간의 수익률이 S&P 500지수의 수익률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봤다. 인덱스펀드는 연 0.15%의 수수료를 떼지만 헤지펀드는 2.5%의 운용수수료와 성과수수료를 떼는 구조로 수수료 차이만도 17배나 난다. 1000만원을 투자해 단순히 수수료를 10년간 뗀다고 치면 인덱스펀드는 15만원, 헤지펀드는 25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2008년 8월 시작된 유리자산운용의 인덱스펀드인 ‘유리MKF웰스토탈인덱스펀드’와 운용자산 규모 상위 50대 국내 초대형 액티브 펀드의 통합성과 대결이다. 8일 현재 유리자산운용의 인덱스펀드는 15.24%, 액티브펀드는 5.99%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해 인덱스펀드가 9.25%포인트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5~10년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계획하는 고객은 인덱스펀드가, 기존 펀드 투자고객 중 분산투자를 원하는 고객은 상장지수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시중 은행의 대출·예금상품에서도 수수료 면제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고객이 많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특정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국민은행의 자유입출금 예금통장인 ‘KB가맹점 우대통장’과 KB카드의 ‘오너스 카드’를 함께 사용할 경우 가맹점 수수료의 10%를 카드 결제대금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신한 오너십 카드’도 가맹점주의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매출액의 최고 0.5%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나 신한생명 상품에 가입한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민트레이디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클럽 회원은 환율우대·각종 수수료우대·우대금리 적용 등 금융혜택과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수시입출식 통장인 ‘체리통장’은 신규 고객에 한해 3개월간 ATM기 마감 후 인출 수수료와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 타행 이체수수료를 면제받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3-10 1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