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中 송금 러시

뭉칫돈 中 송금 러시

입력 2010-03-11 00:00
업데이트 2010-03-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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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땐 손해… “몇년 모은 3000만~4000만원 보내요”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부근. 전국에서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곳 중 하나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거리는 한산하지만 역에서 150m가량 떨어진 외환은행 대림역지점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손님 3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창구 직원과 상담을 하거나 송금 신청서를 쓰고 있다. 지난 주말 이후 이곳은 전화문의를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전보다 30% 정도 늘었다. 중국 위안화 절상이 예고되면서 서둘러 본국으로 돈을 보내려는 조선족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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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외환은행 서울 대림역지점에서 조선족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상담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10일 외환은행 서울 대림역지점에서 조선족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상담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조선족 등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본국 송금 러시가 시작됐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더해 위안화 약세, 주택값 하락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은행창구 북적… “고객 30% 늘어”

지난해 3월 위안 당 최고 229.5원까지 치솟았던 원·위안화 환율은 최근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위안화의 가치가 덩달아 떨어졌다. 조선족들은 한국에서 1만원을 보내면 중국에서 몇 위안을 받느냐를 놓고 셈을 하는데, 지난해에는 1만원에 47위안까지 내려갔지만 올들어 50위안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10일 환율(165.7원)을 기준으로 하면 59.6위안에 이른다.

한동안 치솟던 중국의 집값도 지난해 말부터 한풀 꺾였다. 이 때문에 주택 구입을 위해 목돈을 부치는 조선족들도 크게 늘었다.

이날 5만달러(5600여만원)를 중국 헤이룽장성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조선족 임모(40)씨도 시기가 적절하다는 생각에 5년간 모아온 돈을 한꺼번에 부쳤다고 했다. 2006년 친척방문용 비자로 한국에 온 임씨는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받는 월 200만원 중 100만원가량을 매월 꼬박꼬박 모아왔다. 어렵게 번 피 같은 돈, 조금이라도 값을 높게 쳐서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었다. 마침 중국 현지에 눈여겨봐둔 주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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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6일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위안화 절상을 예고했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화를 환전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날 수 밖에 없다. “더 기다리다간 제값 못 받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찾았다. 임씨는 “주변에서도 송금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완희 외환은행 대림역지점 과장은 “조선족 고객의 절반가량은 매월 송금하지 않고 적절한 환율이 됐을 때 한꺼번에 부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3000만~4000만원씩 뭉칫돈을 송금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면서 “송금 러시는 이번주를 정점으로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송금이 늘다 보니 인근 은행들의 고객 유치에도 불이 붙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송금 수수료를 액수에 상관없이 1만 5000원으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하나은행 구로지점은 조선족에 한해 송금 수수료를 무조건 1만원으로 해주고 있다. 박인철 하나은행 구로지점 차장은 “하루에 100통가량 조선족 고객의 문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면서 “이 기회에 송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고 말했다.

●수수료 할인 등 고객유치 전쟁

대림동 근처 은행 중 가장 여유있는 곳은 중국은행 구로지점이다. 자국 은행을 주로 거래하려는 조선족의 관습상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몰린다. 18~20달러인 현지 수수료가 없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이날 중국은행 구로지점에는 30여명의 조선족들이 분주히 송금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얼빈 출신의 한 조선족은 “딸이 집을 산다고 해서 2년간 모은 돈을 부치려고 왔다.”고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3-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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