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에 발목잡힌 저축은행…결국 공적자금 수혈

PF에 발목잡힌 저축은행…결국 공적자금 수혈

입력 2010-06-25 00:00
업데이트 2010-06-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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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식’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영업을 통해 몸집을 불린 저축은행들이 25일 공적자금 수혈이라는 긴급 처방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붐을 타고 무분별하게 PF 대출을 늘렸던 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존립이 위협받는 지경에 처하자 또다시 정부 지원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게 됐다.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급한 불은 끄게 된 셈이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저축은행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더욱이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이후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이번 처방이 근본적 해결책이 못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부동산 PF에 결국 공적자금 2조8천억원 투입

 저축은행에 부동산 PF 대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PF는 한때 건당 10%대 수익률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2005년 부동산 PF 대출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2005년 6월 말 38조3천억원이던 자산규모는 올해 3월 말 85조5천억원으로 배 이상 불어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큰 어려움이 닥쳤다.사업 초기 단계에 ‘브리지론’(연계자금) 형태로 투입돼 부실 위험성이 높았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로 하여금 2008년 말부터 1~2차에 걸쳐 1조7천억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토록 했지만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손실액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면서 PF 대출 연체율은 2008년 6월 14.0%에서 작년 6월 말 9.6%까지 떨어졌으나 작년 말 10.6%로 다시 두자릿수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3월 말 현재 13.7%로 치솟았다.

 104개 저축은행은 작년 상반기 2천49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작년 3분기에는 1천1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또다시 골칫거리로 등장하자 지난 4~5월 714개 PF 사업장(대출규모 12조5천억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그 결과 금액기준으로 31.3%인 3조9천억원이 부실채권,전체 사업장의 40.5%인 289개가 부실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이는 2008년 6월 말 금액 기준 12.4%(1조5천130억원),사업장 기준 21.0%(189곳)가 부실로 판정된 것과 비교할 때 채 2년도 안 돼 PF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됐음을 보여준다.

 결국,정부는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구조조정기금과 캠코 자금을 포함해 총 2조8천억원을 투입해 3조8천억원(이자 포함시 4조4천억원)에 이르는 저축은행들의 부실 PF 채권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저축은행 일단 안도…고강도 자구노력 압박

 저축은행들은 일단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 따라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부실 PF 채권이 정리되지 않으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이 두자릿수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BIS 비율이 5% 미만이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또 저축은행은 6월 말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부실 채권 매각이 이달 안에 이뤄지지 못하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적자금 수혈로 저축은행들의 경영 건전성이 나아지게 됐다.작년 말 기준 10.6%였던 연체율은 6.5%로 낮아지고 BIS 비율은 PF 채권 매각 전 7.47%에서 매각 후 8.88%로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저축은행들의 PF 대출 비중은 18.2%에서 14.3%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저축은행들이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받게 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고강도 자구노력을 수반한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부실 PF 채권을 매각하는 모든 저축은행과 7월 말까지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어 1년 내 BIS 비율 8% 이상 달성을 목표로 자구계획을 세우도록 한 뒤 분기별로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MOU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현장지도,보유자산 처분,PF 채권 매각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들은 대주주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은 물론 우량자산.계열사 매각이나 인수.합병(M&A)과 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연체.부실 채권 회수,조직.인력 구조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또 배당 및 지점 설치에도 제한을 받는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PF 대출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장별로 관리번호를 부여한 뒤 신규 PF 대출을 취급할 때 사전에 보고토록 하고 PF 사업 진행 과정과 연체 여부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PF 대출 실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업성과 이자의 연체기간 등을 반영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도 마련키로 했다.저축은행업계는 리스크(위험) 관리 모범규준을 만들어 대출 심사 및 승인 절차,내부통제와 관련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근원적 처방 못 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저축은행들의 부실을 해소할 근원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2008년 PF 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1조7천억원을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채 오히려 부실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점만 봐도 부실 채권 정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준다.금융당국이 감독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 이번에 매각하지 않은 PF 채권에서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공적자금을 PF 부실을 정리해도 저축은행들의 앞날은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신용자는 은행에,저신용자는 상호금융사나 대부업체에 고객을 뺏기며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만한 대안을 저축은행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부실채권 매각은 저축은행의 어려움을 3년 뒤로 미룬 측면이 강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저축은행이 확실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보증부 대출 활성화,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공급 확대라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금융권에서 저축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영업 지원책도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대신 지역내 대출비중 제한 완화 및 출장소 설치 허용,펀드 판매 및 카드 영업 허용,저축은행 예금에 대한 비과세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저축은행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공적자금까지 투입하는 상황에서 자구노력을 지켜보고서 검토할 수 있다는 유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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