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경주 G20회의서 급한불 껐다

환율전쟁, 경주 G20회의서 급한불 껐다

입력 2010-10-23 00:00
업데이트 2010-10-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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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격해지던 환율전쟁이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타협을 이루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G20 회원국들은 23일 발표한 코뮈니케에서 글로벌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경상수지 관리 목표를 정하고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무역전쟁까지 우려됐던 최근 상황은 일단락됐으며 G20이 세계경제 협력의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 매김에 성공했고 한국도 의장국으로서 역할은 해낸 셈이다.

 그러나 이번 경주 코뮈니케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단기적이고 실행력을 담보한 방안과는 거리가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환율전쟁 일단락,美.中 모두 승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까지 우려됐던 환율전쟁이 다자간 협의체인 G20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내 각국이 앞다퉈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최근의 사태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경상수지 규모를 201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4%로 제한하자는 공격적인 방안을 G20 테이블에 올렸으며 선진 7개국(G7)은 G20장관회의 직전에 가진 오찬회동에서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했다.

 G20 재무장관들이 환율 문제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동안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최근 G20 회원국들에 보낸 편지가 외신을 통해 공개되면서 미국의 압력은 강도를 높여갔다.

 가이트너 장관은 편지에서 경상수지의 불균형 규모(흑자액)를 앞으로 몇 년 동안 GDP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특히 편지에는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은 채 “원자재 수출국은 예외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호주와 캐나다 등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을 겨냥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대신 내수를 촉진하라는 미국의 줄기찬 요구를 다음달 2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런 미국의 제안에 대해 중국은 물론 무역흑자국인 독일도 특정 수준을 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고 G20 장관들은 이틀 동안의 열띤 논의 끝에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울러 중국도 겉으로는 환율 문제를 다자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지만 이미 경상수지 목표를 제시한 바 있어 경주선언은 미국과 중국 모두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앞으로 3~5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GDP의 4%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중국이 5.96%였고 한국(5.13%),독일(4.89%) 등이 4%를 넘었고 미국은 2.68%의 적자를 보였다.

 이밖에 이번 경주선언에서는 환율에 대한 언급이 다소 진일보했다.

 지난 6월 토론토 정상선언에서는 환율과 관련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지향적인 환율은 세계경제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언급했으나 경주 선언에서는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자”고 나아간 것.

 이에 따라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체제 개혁을 논의하려는 한국 측 바람과 달리 환율을 둘러싼 ‘주먹다짐’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한 것과 달리 환율갈등을 봉합하는 성과를 거둬 G20은 국제공조의 최상위 협의체로서의 지위를 이어가게 됐다.

 ●통화절하 경쟁 약화 전망..‘말의 성찬’ 지적도

 G20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최근 각국이 앞다퉈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은 약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움직임은 단순히 경기방어적 목적뿐만 아니라 달러화 절하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신흥.개도국들도 이에 대응해서 외환시장 개입과 규제를 내놓으면서 악화 일로를 걷던 상황은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IMF 연차총회에서 환율전쟁 합의에 실패한 모습이었지만 각국이 해결을 위해 준비를 해왔던 것”이라며 “일반적이고 중기적 관점에서 제시했지만 단기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은 상당한 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또 “시행력이 담보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환율분쟁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지향적’에서 ‘시장 결정적’으로 발전된 것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각국이 금리정책과 달리 외환정책은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정책이 ‘시장 결정적’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상당수가 고정환율체제로 ‘시장 결정적’이라는 문구 자체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합의로 방향성만 제시한 것은 결국 ‘말의 성찬’일 뿐”이라며 “G20이 경제협의체라기보다 정치판이 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로존도 재정수지 기준과 벌칙 등을 뒀지만 최근 재정위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구속력도 없는 G20이 경상수지 목표를 관리하자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G20은 이런 약속을 충족하기 위해 상호평가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IMF에 대외 지속가능성의 진척상황과 재정.통화.금융.구조개혁.환율.기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평가하도록 요청하는 보완장치를 뒀다.

 이밖에 미국의 경상적자는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이슈로 당시 엔화 절상에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환율 갈등도 뿌리가 깊어 G20 합의가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서울 G20 정상회의가 3주도 남지 않은 만큼 서울 코뮈니케에서는 이번 장관회의 합의 내용 이상으로 진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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