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배경 및 의미

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배경 및 의미

입력 2010-11-17 00:00
업데이트 2010-11-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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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물가상승 억제 선제대응

한국은행이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물가불안 차단에 나섰다. 추가 금리인상도 시사해 강력한 물가 안정과 출구전략을 재가동하겠다는 기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2.50%가 됐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쓰이는 총액한도대출 금리는 현 수준(연 1.25%)을 유지하기로 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통위는 저금리로 경기 상승을 뒷받침하는 ‘금융완화 기조’를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삭제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또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중수 총재는 “중립적인 금리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정책금리가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환율과 관련해 “과거처럼 환율 전쟁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으며, 시장의 불확실성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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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남대문로 본점 회의실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안주영기자 ajy@seoul.co.kr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남대문로 본점 회의실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안주영기자 ajy@seoul.co.kr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배경엔 앞으로도 소비자물가가 3%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지난 9~10월 급등한 농산물가격이 최근 안정을 찾고 있지만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 호조가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을 압박할 요인으로 본 것이다.

또 물가를 잡기 위한 공격적인 대응 가능성도 엿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혀 지난해 4월부터 사용한 ‘금융완화 기조하에서’라는 문구를 뺐다. 이는 현 경제상황에 비해 기준금리가 낮다는 의미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문구를 빼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이 금융완화 기조에 가깝다는 의미가 전달됐다고 판단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물가를 잡을 좋은 시기를 놓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물가 상승률만큼이나 한은이 우려하는 대목은 물가불안 심리다. 넉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김 총재가 ‘우측 깜박이’(금리 인상론)를 지속적으로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물가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의도였다. 김 총재는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 0.25% 포인트를) 올려 대처를 한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 추세를 보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들어 물가 오름세는 폭발적이었다. 지난달 한은 금통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한은이 실기했다.”는 시장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럴 만한 것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4.1% 뛰었고, 지난 9월은 농수산물 가격 폭등으로 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0%±)를 벗어난 수치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10월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해 향후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수입물가도 중간재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 급등했다. 바닥세인 부동산시장도 서서히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금통위는 “지방의 주택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하락폭도 축소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국내외 요인들도 적지 않다. 유동성의 힘이 한동안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6월까지 6000억 달러를 푸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자산 거품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국내 경기의 호조도 물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한은은 수출 호조와 소비 증가, 고용 사정 개선 등으로 경기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는 나쁘지 않다.”면서 “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아직 한은의 물가관리 수준 내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물가를 생각했다면 그 전에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경제상황을 지켜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의 좋은 시기는 놓치고, 후행적으로 움직여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10-1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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