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또… 외환銀 기구한 운명

7년 만에 또… 외환銀 기구한 운명

입력 2010-11-26 00:00
업데이트 2010-11-2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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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수출 한국호(號)를 견인했던 한국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이어 다시 하나금융지주에 팔리면서 파란만장했던 40여년의 역사가 또다시 눈길을 끈다.

1967년 외국환 전문은행으로 설립된 외환은행은 1970~1980년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맞물려 외환과 무역금융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수출 대기업 상당수의 주거래은행이 외환은행이었다.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의 공식 은행 선정은 이 같은 외환은행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도 다른 은행들을 압도했다. 정식 수교 전에 중국 베이징 지점을 냈고, 1997년엔 국내 최초로 북한에 금호 출장소를 개점하기도 했다. 올해도 외환 부문 시장점유율 45%로 외환과 무역금융 업무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1978년 국내 최초로 비자카드를 발급한 외환은행의 카드 역사는 곧 국내 신용카드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는 외환은행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1999년 최대 주주가 한국은행에서 독일 코메르츠방크로 바뀌었으며, 2003년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최대 주주로 입성했다. 지난 11년간 외국계 자본이 외환은행을 지배한 것이다.

외환은행 임직원으로서는 하나금융에 흡수·통합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다. 대규모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독자 생존한 데다 은행 역사와 현재 실적으로도 하나금융보다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순이익을 보면 하나금융지주가 총 3063억원인 반면 외환은행은 89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많다. 올해는 하나금융이 3분기까지 7398억원을, 외환은행은 8191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25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국회, 하나금융 본사 등에서 상복을 입고 하나금융 매각 반대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해외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또 빚으로 외환은행을 산다는 것은 결국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10-11-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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